쿠팡 "상품 추천은 유통업 본질" vs 공정위 "추천 기준 속인 게 문제"

국내 유통업계 역대 최대 과징금인 1628억 원을 부과받은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이 21일 열렸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과 후기를 조작해 소비자들에게 특정 상품을 사도록 유도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날 재판에서 쿠팡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쿠팡 랭킹’ 같은 상품 추천은 유통업의 본질에 해당하며, 전 세계 경쟁당국이 제재를 한 적이 없는 기업 활동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 추천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한 것과 다르게 산정한 것이 문제라고 맞섰다.

6일 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 뉴스1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이날 오후 2시 50분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쿠팡 측에선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 유해용·김진오·신원일·전기홍 변호사가, 공정위 측은 법무법인 한누리의 서정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지음의 김설이 대표변호사가 참석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쿠팡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은 ‘향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후기 작성 등 불법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쿠팡이 ‘쿠팡 랭킹 순’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좋게 작성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사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쿠팡은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정명령을 중단해달라고 한 것이다. 법원은 집행정지는 받아들인 상태다. 행정 소송과 별개로 쿠팡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가 쿠팡에 과징금·시정명령을 부과하면서 검찰에 고발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서 쿠팡 측은 “유통업자가 자기 쇼핑몰 이용자들에게 사업상 필요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기업 활동의 자유에 터 잡은 것”이라며 “(쇼핑몰의 상품 추천이) 법령상 부정한 수단에 해당한다는 규정이 없는 이상 금지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에 공정위 측은 “쿠팡은 마치 공정위가 진열의 자유를 침해한 것처럼 장황하게 주장하나 쟁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점이 판매량에 따라 책을 진열하건, 추천하는 순으로 진열하건 자유”라면서 “그런데 판매량에 따라 진열했다고 광고하면서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진열했다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추천하는 상품을 보여주는 ‘쿠팡 랭킹’ 상단에 직매입 상품과 자체 브랜드(PB)를 노출시켜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쿠팡 측은 “쿠팡 랭킹은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것으로 판매량 등 과거 데이터 뿐 아니라 소비자가 장래에 선호할 요소를 갖췄는지 등도 포함해 정해진다”고 했다.

이에 공정위 측은 “경쟁사가 자체 랭킹에 광고 구매력 등 이해관계를 반영했다고 고백한 반면 쿠팡은 쿠팡 랭킹이 판매실적과 사용자 선호도를 종합한 것이라고 공지해 소비자들은 쿠팡 랭킹이 타사 랭킹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인식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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