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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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을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발언한 데 대해 보수·진보 매체 가릴 것 없이 비판 사설을 쏟아내는 등 언론계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홍 수석은 발언 이틀 만에 공식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일부에선 사퇴 요구까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21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권의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며 “(홍 수석 발언은) 민주 공화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공복인 대통령을 만인지상인 왕으로 모시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정권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그리고 국민의 대리인인 언론의 질문을 수용할 의무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기자협회 부산일보지회는 전날 성명에서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정당한 질문을 던졌을 때 이를 무례하다고 규정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언론의 본질을 왜곡하고,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홍 수석의 교체를 엄중히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대통령실 황상무 당시 시민사회수석은 문화방송 기자를 겨냥해 ‘회칼 테러’ 발언을 했다가 6일 만에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조간신문들은 이날 아침 일제히 비판 사설을 내거나, 기자 칼럼을 게재해 대통령실의 언론관, 정무적 판단력 부재를 질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물론, 한국·동아·중앙일보가 비판 사설을 썼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왕정 시대인가’라고 반문했고, 조선일보는 기자 칼럼에서 ‘당연한 기자 질문이 무례하다는 정무수석’이라고 짚었다. 문화방송(MBC)은 전날 ‘뉴스데스크’ 앵커 멘트를 통해 “의문을 품는 국민과 질문하는 기자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체 성향을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자 홍 수석은 이날 아침 대변인실을 통해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앞서 홍 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한 것인지 기자가 물었지만 대통령은 답변을 못했다’는 질의(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를 받고는 ‘부산일보 기자’를 언급하며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 수석이 지목한 ‘그 기자’는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다. 박 기자는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할지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과연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국민들이 어리둥절할 것 같다”라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실을 딱 집어서 질의하면 사과할 수 있다’고 답해, 내용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키웠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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