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인권위, ‘정신병원 입원환자 거소투표권 보장’ 법 개정 권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 4월3일 오전 경기 수원의 한 재활원에서 유권자들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거소투표’ 안내방법을 선거관리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들이 서면 및 구두로 거소투표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법 조문을 신설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거소투표는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 방식의 하나다.



인권위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거소투표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관리규칙에 거소투표 안내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권고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제1항에 선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입원환자들에게 서면 및 구두로 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조문을 신설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거소투표는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 기거 등을 이유로 투표소 이동이 곤란한 사람을 위한 부재자 투표 방식으로 공직선거법 제38조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관리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는 거소투표 대상자에 대한 안내가 구체화돼 있지 않다.



진정인은 지난 4월11일 국회의원 총선거일에 입원치료 중인 정신의료기관의 장으로부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거소투표 안내를 받지 못해 왕복 6시간 걸리는 자택에 가서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장차소위, 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진정인의 투표 과정이 다소 번거로웠을 수는 있겠으나 현장투표로 선거권을 행사하였으므로 인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해당 진정을 인권위법 제32조제1항제1호에 따라 각하했다. 다만 사건조사 과정에서 거소투표 안내와 관련한 입법 불비가 확인되어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했다.



통계청 자료(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는 5만6785명이며, 그 중 자의입원 환자를 제외한 동의·보호·행정·응급환자는 3만2389명(57.04%)이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입원 현실이 자의입원 환자에게만 단독 외출이 허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입원환자의 과반수는 실질적으로 거소투표를 통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들은 △병원 직원에게 직접 거소투표를 안내받거나 △병동 복도 게시판을 보고 알게 되거나 △병동 회진 때 의사에게 구두 안내받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거소투표 제도를 인지한 것으로 인권위 조사 결과 나타났다. 또한 담당자를 지정하여 입원환자에게 일대일 대면으로 거소투표 확인을 받은 병원은 거소투표 신고자가 10~40명인데 반하여, 이 사건 피진정병원과 같이 의사가 회진을 돌며 소극적으로 구두 안내한 병원들은 거소투표 신고자가 없었다. 인권위 장차소위는 이처럼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에 따라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의 고지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한편 공직선거관리규칙 제10조의3 제4항과 제5항에 따르면, 선상투표 신고를 할 수 있는 선원이 승선하고 있는 선박의 선장은 중선관위로부터 송부받은 선상투표 신고서의 안내문을 선박에 비치하여야 하고, 중선관위는 해양경찰청 등 유관 부처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같은 규칙 내에서 거소투표의 경우는 신고인이 기거하는 대상기관(시설)의 안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인권위 장차소위는 거소투표 제도 역시 공직선거관리규칙에 구체적인 안내방법이 명시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