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 경향신문 자료사진 |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재판이 21일 시작됐지만 권 전 대법관 측에서 “기일을 더 달라”고 요청하면서 재판이 3분 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의 첫 공판을 열었다. 권 전 대법관 측은 재판 6일 전인 지난 15일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판사는 “변호인 측이 기일변경을 신청했는데 (공판이 열리기) 직전에 했고, 공판준비기일을 해달라는 것이라서 불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의 변호인 측이 “특별하게 준비한 건 아직 없다”고 하자 재판은 3분 만에 끝났다. 재판은 다음달 19일 다시 열기로 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이 기간에 화천대유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과 행정소송 1심의 재판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변호사 직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으로 위촉돼 받은 고문료는 1억5000만원이다.
변호사법은 변협에 변호사로 등록을 하지 않고 변호사 활동을 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22년 10월에야 변협에 등록을 신청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20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끈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1·2심에서 300만원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들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었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냈다. 권 전 대법관이 이 판결의 대가로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수사 별도로 진행 중이다.
이번 선고 결과는 권 전 대법관의 징계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변협은 지난 8월 징계위원회에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 의견으로 징계개시를 청구했다. 다만 변협 징계위는 변호사 징계 규칙에 따라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여부 심의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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