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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소리의 문’ 닫힐수록 ‘치매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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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은 방치된 난청이 치매 위험을 최대 5배가량 높인다고 밝혔다. 난청은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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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정 |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난청이라고 하면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질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난청은 청력이 떨어진 상태 자체를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청각기관도 노화를 겪기에 노인성 난청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선 안 된다. 방치된 난청이 치매 위험을 최대 5배가량 높인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이는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이다.



난청의 일차적인 치료는 보청기 착용이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특히 40dB HL(Hearing Level)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중도 난청부터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아서 보청기 사용이 강하게 권장된다.



최근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40~50대 인구 중 1.6%는 중도 이상의 난청이 있고, 이 비율은 60대 6.5%, 70대 이상 29.7%로 가파르게 상승한다. 즉 70대 이상 3명 중 1명은 보청기가 필요한데, 이들 중 실제 보청기 사용자는 20%도 되지 않는다. 보청기가 청력을 악화시키거나 효과가 없다는 오해가 만연한 까닭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청기 볼륨이 지나치면 소음성 난청을 야기할 수 있고, 보청기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서 들리거나, ‘삐~’ 하는 잡음 등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대다수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적절한 기계 선택과 볼륨 조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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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검사사 필요한 시점. 자료=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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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0dB HL 이하의 소리(일상적 대화, 전화벨 소리 등)를 듣지 못하는 고도 난청 이상에서는 보청기로 소리를 증폭시켜도 웅얼거리기만 할 뿐 말소리 구분이 어려워 소용없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인공와우 이식 등 다른 치료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단, 중도에서 중고도 난청이라면 대부분 보청기 적응 기간을 거칠수록 만족도가 올라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청이 너무 많이 진행된 뒤에는 소리를 해석하는 능력도 저하돼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만족도가 높기 힘들다는 점이다. 따라서 난청 증상을 인지했다면 미루지 말고 즉시 청력검사와 보청기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노인성 난청은 서서히 생겨서 자각이 어려울 수 있다. 모임 중 혼자 말을 놓쳐 머쓱한 웃음으로 때울 때가 늘어나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잘 못 들을까 긴장될 때가 있다면 난청을 강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티브이(TV) 볼륨이 점차 커지거나, 상대가 웅얼거린다고 느껴지거나, 식당 등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가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자각을 못해도 가족과 주변인은 눈치챘을 수 있으며, 이때가 바로 청력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언어청각학회는 모든 성인이 10년마다, 50살 이상은 3년마다 청력검사를 받을 것을 장려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큰 불편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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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역치와 치매위험도. 자료=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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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한 노인성 난청과 달리, 청력 손실이 있을 수 있어 빠른 치료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평소에 없던 이명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경우, 귀가 꽉 찬 느낌(충만감)이 드는 경우, 어지럼증이 동반된 경우다. 이 경우 돌발성난청, 메니에르병(발작성 어지럼증, 난청, 이명, 이충만감의 4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과 같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이명이나 귀의 불편감이 두드러지면 갑작스럽게 청력이 떨어진 것을 자각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치료 적기를 놓치면 청력 회복이 여의치 않을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에 최대한 신속히 내원하는 것이 좋다.



난청을 예방하고 청력을 관리하기 위해선 평소에 귀 염증을 방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먼저 귀에서 나쁜 냄새가 나거나 분비물, 가려움증 및 통증 등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보통 항생제 성분의 귀에 넣는 물약이나 먹는 약으로 단기간 내 호전되는 편이다.



또한, 면봉 등으로 귀지를 제거하는 습관은 지양해야 한다. 귀지에는 항균작용이 있기에 적당량 존재해야 우리 귀를 보호해주며, 귀에 상처가 나면 균이 침투하는 통로가 될 수 있기에 가급적 손을 대선 안 된다. 다만 귀지가 찐득거리고 뭉친 경우, 이어폰·보청기로 인해 귀 깊숙이 귀지가 많이 축적된 경우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안전하게 청소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귀에 물기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을 경우 가볍게 털어내거나 차가운 바람에 말리는 것이 좋다.



삼중고의 장애를 가졌던 것으로 유명한 헬렌 켈러는 “보이지 않는 것은 사물로부터 단절되게 하지만 들리지 않는 것은 사람에게서 단절되게 한다”고 말했다. 난청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면, 난청은 외부 소리뿐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도 단절시키는 증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귀를 더 귀하게 여기며 나를 귀하게 대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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