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에이유브랜즈
영국 패션 브랜드 ‘락피쉬’를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에이유브랜즈가 코스닥 시장 입성을 노린다. 계절 브랜드를 표방하면서도 계절을 타지 않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좋아하는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락피쉬 팝업 매장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에이유브랜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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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락피쉬’ 인수 화제
40% 달하는 영업이익률
에이유브랜즈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 10월 23일 제출했다. 2025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2022년 모회사인 에이유커머스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에이유브랜즈는 올해 초 레인부츠로 유명한 락피쉬를 인수하며 화제를 모았다.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맺으며 인연을 이어온 해외 브랜드를 인수한 스토리가 부각되면서다. 회사는 지난 2010년 락피쉬를 운영하는 영국 젠나의 한국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락피쉬의 한국 상표권과 사업권을 획득한 에이유브랜즈는 지난 2022년 레인부츠 중심의 ‘락피쉬’를 사계절 패션 브랜드 ‘락피쉬웨더웨어’로 재탄생시키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후 실적은 수직 상승했다. 연결 기준 2022년 매출 189억원, 영업이익 64억원을 거둔 에이유브랜즈는 2023년 매출 419억원과 영업이익 16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21%, 154%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8억원에서 132억원으로 174% 성장했다. 락피쉬 효과가 크다. 회사에 따르면 락피쉬는 성수와 한남에 위치한 플래그십 매장에서 각각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판매 성과를 기록 중이다.
올해 초에는 아예 글로벌 49개국 락피쉬 상표권을 포함한 영국 본사 젠나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500만파운드(약 84억원)로 알려졌다. 로열티를 지급하던 국내 파트너사가 브랜드 주인이 된 것. 이는 과거 휠라를 인수한 휠라홀딩스 사례와 유사하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그러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이 2005년 내부 경영자 인수 방식을 활용해 휠라글로벌로부터 휠라코리아를 인수하고, 2007년 휠라의 글로벌 지주회사인 미국 SBI에서 휠라의 전 세계 상표권과 사업권까지 사들였다. 2022년 휠라홀딩스는 매출 규모가 4조원을 돌파할 만큼 고속 성장했다.
에이유브랜즈도 휠라의 성공 사례를 잇고자 한다. 에이유브랜즈 관계자는 “락피쉬는 성수와 한남 각 상권에서 가장 고객 대기줄이 긴 매장 중 하나”라며 “일본과 대만, 마카오 등 해외 팝업 매장에서도 고객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오픈 당일에 주요 제품이 완판되는 등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시아 각국 유통사가 독점 계약을 위해 기꺼이 한국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2025년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무신사와 견고한 협력 관계
브랜드 발굴 노력 지속
에이유브랜즈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수익성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0%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2022년 34%, 2023년 39% 수준이다.
수익성이 뛰어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다수의 계절 브랜드가 가진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방한부츠로 유명한 캐나다, 레인부츠 중심의 영국, 여름 샌들의 본고장 하와이처럼 기존의 계절 브랜드는 특정한 계절에 국한되는 한계를 지닌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사이 실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1년 내내 운영이 필요한 자체 매장이 아닌 멀티스토어 등 유통망에 의존하게 만든다. 또한 겨울에도 기온이 높거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국가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에이유브랜즈는 락피쉬를 레인부츠 중심에서 사계절 패션 브랜드로 변화시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여름철 필요한 아이템인 레인부츠와 우산부터 겨울철 인기를 끄는 방한 신발과 목도리, 장갑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봄·가을에도 꾸준한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메리제인 등 다양한 신발 라인업을 갖췄다. 이로써 전 세계에 직영점을 세워 사계절 내내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유통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영점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절감하는 동시에 재고 관리도 수월한 편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파트너십도 에이유브랜즈의 무기 중 하나다. 특히 무신사는 에이유브랜즈에 세 차례나 투자할 정도로 파트너십이 견고하다. 여름철 레인부츠부터 봄·가을의 메리제인, 겨울철 방한용품까지 계절 대표 아이템이 무신사에서 판매 랭킹 1위를 달성하는 등 좋은 결과가 이어지며 협업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무신사와 협업한 스니커즈 4종을 내놓고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29CM에서도 락피쉬의 목도리와 장갑 세트가 선물하기 1위에 오르는 등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회사는 락피쉬 흥행에 만족하지 않고 신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락피쉬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과 회사의 브랜드 리빌딩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상장을 통해 유입될 공모자금도 신규 브랜드 발굴을 위해 대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유브랜즈 관계자는 “락피쉬 성과에 그치지 않고 가능성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며 “한국이 아닌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성공하는 브랜드에 투자하고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지훈 에이유브랜즈 대표
“2025년 글로벌 진출의 원년 될 것”
김지훈 에이유브랜즈 대표(43)는 모회사 에이유커머스의 창업자다. 현재 에이유커머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고 회사를 키웠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다.“2025년 글로벌 진출의 원년 될 것”
Q. 패션 산업의 현주소는.
A. 현재 패션 소비자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활용한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다. 어떻게 보면 기존 패션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정보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창의적인 요소를 중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창의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기업은 창의적 요소를 유지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특히 리더는 유통이나 디자인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브랜드를 이끌어야 한다.
Q. 회사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 중인가.
A. 락피쉬를 통해 얻은 성과가 크지만,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신규 브랜드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기획과 경영 측면에서 한 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재능과 경험을 겸비한 인재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핵심 인재를 영입하며 ‘맨파워’를 강화하는 중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2025년은 락피쉬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요 국가 유통 파트너와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자사몰을 활성화해 전 세계 소비자와 직접 호흡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완료했고, 중국에서도 법인 설립 준비를 마쳤다. 태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각국 톱티어 유통사와 동시다발적인 거래 계약도 추진 중이다. 연내 일본 시부야, 신주쿠, 하라주쿠 등에서 팝업 행사가 계획돼 있다. 또한 올해 안으로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에 입점할 예정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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