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 남겨둔 바이든, 사용 제한 줄줄이 풀어
러시아는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 고조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단행한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관련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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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돼 2년 9개월 넘게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급격히 격화하고 있다. 임기를 두 달 남겨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간 막아뒀던 미국산 미사일과 대인지뢰의 사용 제한을 줄줄이 풀자, 러시아도 ‘핵무기’를 앞세워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2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자신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WP는 이번 조치가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러시아 본토 공격 제한을 푼 데 이은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하는 긴급 조치의 하나”라고 했다.
임기를 두 달 남겨둔 바이든 대통령의 연쇄적 제한 조치 해제는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미국 당국자들은 에이태큼스가 전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한을 향해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으로 뺏긴 자국 영토 쿠르스크를 되찾기 위해 북한군 등 5만명의 병력을 동원한 대공세를 준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는데, 현 전황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협상이 될 수 있다. AP통신은 “트럼프는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겠다고 말했지만, 많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달갑지 않은 양보를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더 격화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봉인’을 풀자 우크라이나는 곧바로 이날 미국에서 받은 에이태큼스 6발을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 지역으로 발사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해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비핵국가(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미국 등 서방)의 지원 아래 러시아를 공격하면 양측 모두 핵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러시아는 이번 개정이 에이태큼스 봉인해제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긴장 격화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으로 돌리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서방에서 긴장 확대를 원한다는 신호”라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대규모 보복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미 대사관은 20일 “대규모 공습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았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에 대피령을 내렸다. 또 러시아는 같은 날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등을 막아주는 이동식 방공호의 대량 생산을 공개하면서 핵 위협을 고조시켰다.
안보 비상상황에 대비한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의 핫라인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일 특별비상 핫라인 작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개설된 ‘안전핀’이 사라진 셈이다. 양국 대통령 간의 다른 소통 채널이 있긴 하지만 최근엔 이용한 적이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어 ‘강 대 강’ 대치는 피할 수 없게 됐다. CNN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자체 생산한 장거리 드론과 (장거리 지대함미사일) ‘넵튠’이 있고, 이제는 에이태큼스를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회 연설에서는 “전 세계가 트럼프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 러시아 ‘핵 카드’ 맞불에도···콧방귀 뀌는 미국, 왜?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01639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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