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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반사 이익? 김칫국 마시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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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논의 없이 이재명 판결만 바라보며 공세

조선일보

추경호(가운데)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 참석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징역형 선고를 겨냥해 “선거사범들이 국민 혈세를 반납하지 않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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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 1심 징역형이 나온 이후 당력(黨力)을 이 대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대야(對野) 공세에 과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쇄신이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와 관련해 징역형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사법부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주장이 여권에서 연일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도 “‘이재명 재판’만 쳐다보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몰입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변화·쇄신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환호하던 여권은 이제 25일로 예정된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에서 징역형 실형이 나올 것이란 전망을 너도나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에서 사퇴해야 한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주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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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재판부 압박으로 사법 체계를 무너뜨린다’ ‘사법의 정치화’라고 비난하던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권 인사들도 “민생·경제 정책이나 의료 등 4대 개혁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공격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19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위증 교사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 혹은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며 “향후 대북 송금 사건의 선고가 나오면 이 대표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퇴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도 “25일에 있을 선고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법조인이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2023년 9월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통과될 때, 위증 교사 사건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사법부가 (25일 선고 때) 법정 구속하더라도 국회의 체포 동의안 통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이런 발언에 대해 법조인들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법부가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판결에 대한 직간접적 예측 또한 사법부에 대한 압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이 대표 개인을 겨냥한 공격도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당 차원에서 ‘이재명 즉각 사퇴 촉구 위원회’ ‘이재명 관련자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국민의힘 상당수 의원이 공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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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국민의힘은 또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최종심에서 확정될 경우를 상정하고 민주당이 지난 대선 후 국고에서 보전받은 선거 비용 434억 환수를 위한 이른바 ‘이재명 선거 비용 434억 먹튀 방지법’을 추진 중이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고도 선거 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정당의 경상 보조금에서 차감하는 내용이다. 조은희 의원이 이 법안 발의 의사를 밝히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데 민주당을 자극해 판결 불복 분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에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민주당을 맹공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방탄 행태는 오는 25일 위증 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집단적으로 벌이는 사법부 겁박의 종합 세트”라고 했고, 서범수 사무총장은 “국민 세금이 방탄 자금이 되고 (민주)당원들이 낸 당비는 변호사 비용이 될 판”이라고 했다. 강승규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당대표직은 물론, 의원직에서도 물러나 앞으로 남은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민주당 공격에만 당력을 집중하면서 지금 여당에는 ‘이재명 때리기’만 보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권 쇄신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때 대통령실과 정부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사실상 약속한 만큼, 후속 조치가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으로 외부 여건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집권당의 우선순위가 ‘이재명 공격’에만 머물러선 곤란하다”면서 “이재명 재판은 사법부에 맡기고 여당은 쇄신과 민생·안보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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