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기준 ‘이민’ 증가율 2위
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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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 온 ‘이민자’ 증가율이 5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국 중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지난 14일 발표한 ‘국제이주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OECD 회원국에 이주한 사람은 650만명으로 2006년 집계 이후 사상 최다였다. 미국이 118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74만명), 독일(69만명), 캐나다(47만명) 순이었다.
OECD의 ‘이민자’ 집계는 시민권·영주권 등을 얻어 해당 국가에 완전히 정착하는 영구 이민뿐 아니라 난민, 유학생, 단기 취업자까지 포괄한다. 한국은 90일을 초과해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숫자를 매년 OECD에 보낸다. OECD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에 온 ‘이민자’는 8만7100명. 2022년(5만7800명)보다 50.9% 늘어나 영국(52.9%)에 이어 둘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한국에 이어 호주(40%), 그리스(16%), 미국(13%) 순이었다.
그래픽=이철원 |
한국의 증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2022년부터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짧게 일하고 귀국할 수 있는 계절 근로자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C-4 단기 비자 등의 각종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사업장마다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을 종전 9명에서 12명으로 늘리고, 1개월 이상 일해야만 고용이 가능했던 요건도 1주일로 완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장 3개월 체류 가능한 C-4 단기 비자, 8개월 머물 수 있는 E-8 장기 비자 발급자가 모두 늘었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의 근로 관련 ‘이민’은 2022년 5700명에서 2023년 1만2900명으로 전년 대비 129% 늘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비전문 인력 취업 비자(E-9)를 기존 11만명에서 1만명 더 늘렸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취업 이민자가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공부하러 온 외국인 유학생도 2013년 8만5923명에서 2023년 18만1842명으로 10년 새 111% 증가했다.
한류로 한국의 문화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고, 실제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총기 규제로 치안이 우수하고 음식도 맛있다” “대중교통이 첨단 과학 수준” 같은 ‘온라인 입소문’을 퍼뜨리면서 한국 이민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직접 만난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점으로 치안·교통·금융·의료·물가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 3년 차 영어 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케이 시브라스(25)씨는 “의료 보험이 비싸 병원 갈 엄두도 못 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싼 가격에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며 “식료품도 뉴욕의 3분의 1 수준이고 외식도 부담이 없다. 한국은 의식주가 모두 우수한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했다. 2011년부터 한국에서 사는 케냐인 필립 마카닝고(33)씨는 “내 고향과 달리 총기 사고도 없고, 소매치기 등 경범죄도 없어 살기 좋다”며 “항상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국인들에게도 애정이 간다”고 했다. 케냐는 각각 2015년과 2019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었다.
인터넷에도 한국을 극찬하는 게시물이 많다. 한국에 거주하다 미국에 돌아왔다는 한 미국인은 “한국에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한국 생활이 너무 그립다”고 했다. 한 프랑스인은 “서울은 파리와 달리 밤거리를 걷다가 칼에 찔리거나 성폭행을 당할 걱정이 없는 곳”이라며 “서울에서 난생처음으로 밤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때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과 한류 열풍이 이민 증가세를 ‘쌍끌이’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할 주요 대안으로서 이민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OECD의 ‘이민’ 집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6년부터 회원국 ‘이민’ 통계를 내고 있다. 시민권·영주권을 받아 해당 국가에 완전히 정착하는 영구 이민뿐 아니라 난민이나 유학생, 단기 취업 외국인을 모두 포괄한다. 한국 정부는 90일을 초과해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숫자를 매년 OECD에 제출하고 있다.
[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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