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결혼 後사랑’ 드라마 잇따라
결혼을 소재로 한 로맨스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는 29일 공개되는 '트렁크'는 기간제 결혼으로 한 집에 살게 된 노인지(배우 서현진·오른쪽)와 한정원(공유)이 서로의 상실과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이 중심에 있는 미스터리 멜로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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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영됐거나 공개를 앞둔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결혼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라는 점이다. 그동안 결혼이 로맨스 드라마의 행복한 ‘결말’이었다면, 최근엔 결혼을 ‘출발점’으로 삼은 드라마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단절됐던 부부가 소통하며 미혼 남녀 이상으로 설렘을 자아낸다.
이는 드라마 주요 시청층으로 굳어진 30~50대 여성을 겨냥해 ‘기혼자 판타지물’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드라마가 시대의 결핍과 고민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가족 해체와 부부간 소통 단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SOS’ 신호라는 분석(윤석진 충남대 교수)도 나온다.
올해 ‘눈물의 여왕’(tvN·최고 시청률 24.9%)은 기혼자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3050 여성 시청자에게 크게 공감을 얻은 드라마였다. 싱글 남녀가 아닌 부부의 로맨스도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같은 채널의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2019)이 기록한 시청률도 넘었고, 최근 3년(2022~2024년)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합친 전체 드라마 가운데 30~59세 여성 시청률로 1위(수도권 기준)에 올랐다. 부부가 제때 소통하지 않아 쌓였던 마음의 때를 벗겨내고,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을 되찾는 이야기는 기혼자들의 판타지이자 희망 사항이었다.
30~5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았던 '눈물의 여왕'의 부부 홍해인(김지원·왼쪽)과 백현우(김수현). /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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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부 로맨스의 바통은 이번 주 처음 방영되는 ‘지금 거신 전화는’(MBC)이 이어받는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무심한 척했던 부부 사이에서 아내 납치 사건을 계기로 진심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남편이 알고 보니 아내를 깊이 좋아하고 있었다는 원작 웹소설 내용은 여성 독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결혼이 계약에 빗대어지는 요즘 현실을 반영해 ‘손해 보기 싫어서’(tvN)처럼 ‘계약 결혼’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판타지도 등장했다. 2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드라마 ‘트렁크’도 기간제 결혼 생활에서 시작되는 로맨스 스릴러. ‘연민’ ‘외로움’ 등 결혼에 얽힌 인물들의 감정을 그려낼 예정이다.
이번주 방영을 시작하는 '지금 거신 전화는'의 부부 백사언(유연석·왼쪽)과 홍희주(채수빈).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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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의 사랑 스토리가 늘어나는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10~20대가 드라마 대신 ‘숏폼’을 선호하면서 안방 극장 시청자 연령대가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극중 로맨스의 설정도 바뀌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젊은 부부를 주인공으로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를 다루는 작품들은 30~40대나 기혼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드라마로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고 했다. 부부 관계를 소재로 다루는 작품이 많았던 웹소설·웹툰 장르를 원작으로 드라마 제작이 활발해진 영향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런 드라마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이 무엇인지,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무엇이 결혼 생활을 외롭게 만들고, 또 무엇으로 회복되는지 같은 질문을 시청자와 나누려 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현실에서 이혼율이 올라가고 가족 해체가 심각하기 때문에 부부가 사랑을 배워가는 이야기나 가족과 소통을 시작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많은 이들의 희망 사항이자 판타지가 됐다”며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성찰하고 반성하며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가 드라마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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