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 골목.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하면서 개 식용 종식 사업 예산을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며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예산 심사에 들어가자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사업 예산을 속속 증액하고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9일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낸 증액안은 총 6건에 1147억원. 정치권에선 “민주당도 개 식용 종식 법안 처리에 동의해놓고서 무턱대고 ‘김건희 예산’이라고 공세를 취했다가 뒤늦게 바로잡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1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에 따라 개 사육 농장 등의 전·폐업을 돕는 지원금 명목으로 내년 예산안에 544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달 초 이 예산을 ‘김건희 예산’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을 공언했었다. 김 여사가 개 식용 종식법 처리 필요성을 자주 강조했고, 여권에서도 이 법을 종종 ‘김건희법’이라고 지칭하면서 민주당 예산 삭감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예산 심사가 시작되자 민주당은 잇따라 증액 의견을 내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심사에서 여야는 ‘개 식용 종식 폐업·전업 지원 사업’ 예산을 정부안(544억원)에 비해 397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예산안을 예결특위로 넘겼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개 사육 농장주 폐업·전업 지원 사업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 간에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이후 예결특위에서도 민주당 문금주·윤준병 의원이 관련 예산을 452억원 더 증액하자는 의견을 냈다. 농해수위에서 증액(397억원)한 것보다 큰 금액이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 위성곤 의원 등은 무허가 개 농장에 대한 지원금도 늘려야 한다며 250억원 증액 의견을 냈다.
국회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 사업 예산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와 농해수위 의원들 생각은 상당히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육견 산업 종사자가 많은 농촌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이 당 지도부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가 무턱대고 ‘김건희 예산’이라고 꼬리표를 붙여 정략적으로 나온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법 초안은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주도해 만들었고,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과 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 21대 국회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개 식용 종식 사업 구조를 재편하도록 정부에 요구했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이 감액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