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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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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 계기 ‘숯장수 사망사건’…울산 학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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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재언양일본인제호부 일본인 상점주인 가리야 민적부. 울산 울주군청 소장. 울산대곡박물관 특별전 ‘응답하라1927 언양사건’ 도록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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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10월17일 울산 울주군 상남면 등억리에 사는 김경도씨는 언양 장날 일본인 가리야의 가게 앞에서 숯을 팔았다. 장사를 마친 김씨는 가리야의 부인에게 담뱃불을 붙일 성냥 한개비를 부탁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이웃의 등에 업혀 겨우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닷새만인 10월22일 사망했다. 화가 난 김씨의 형은 가리야에 항의하다 주재소(일제강점기 경찰관서)에 수감됐다.



‘울산 숯장수 사망사건’ 이야기다. 이 사건은 당시 이념에 따라 나눠졌던 울산 독립운동 단체들이 힘을 모아 항일운동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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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성냥갑과 성냥. 울산대곡박물관 특별전 ‘응답하라1927 언양사건’ 도록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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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숯장수 사망사건’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울산 유일의 민족사립학교인 보성학교와 설립자 성세빈 선생 등 울산지역 독립운동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초등·중등 교재가 탄생했다.



울산교육연구정보원은 2022개정교육과정 학교자율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울산지역 독립운동사’ 초등(5·6학년)·중등(3학년) 교재 2종을 개발했다. 고시 외 과목으로 승인받은 중등(연간 33시간 이상 이수) 교재는 곧바로 내년부터 사용할 수 있고, 초등(연간 29시간 이상 이수)은 2026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교육과정 과목으로 개발된 지역 독립운동사 교재는 울산이 처음이다. 강원, 경북 등 독립운동사 교재가 개발된 사례가 있지만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보조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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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3·1운동 10주년을 맞아 사진을 찍은 보성학교 학생과 설립자 성세빈. 울산시교육청 ‘울산교육 독립운동 100년의 빛을 밝히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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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독립운동사’ 교재 개발 사업은 울산시교육청이 2019년 진행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올 초 초등학교와 중학교 역사 교사 3명씩 모두 6명이 모여 시작한 교재 개발은 틀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강지희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 팀장은 “3개월여 동안 목차만 4번이나 갈아엎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참여 교사들 중에 중도포기하는 분들도 있어서 수차례 추가 모집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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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일산동 보성학교 전시관 앞에 있는 성세빈 선생 송덕비. 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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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일산동 보성학교 전시관 앞에 있는 성세빈 선생 송덕비에 대한 설명문. 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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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완성된 교재 목차는 △일제강점기 울산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울산의 국권수호운동 △울산의 3·1운동 △인물·사건으로 보는 울산의 독립운동 등 4개 대단원으로 구성됐다. 초등과 중등 교재 모두 내용이 동일하다. 같은 내용을 초등 교재는 체험 활동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중등 교재는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 꾸렸다.



뒤늦게 개발에 참여한 이현호(58·사진) 울산 우신고등학교 역사교사는 “교재에서 다룰 인물과 사건을 정하는 것부터 큰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검증’된 독립운동가들과 그 일화를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배울 교재가 어떤 시비에 휩싸이지 않도록 국가보훈부로부터 추서를 받은 인물인 최현배·박상진·이효정·서진문·조형진 등 10여명을 선정했다”며 “서훈 추서를 받지 않은 인물은 보성학교를 세운 성세빈 선생이 유일한데, 울산 교육분야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 포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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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울산 우신고등학교 역사교사.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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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한정된 독립운동 이야기는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울산지역 독립운동과 관련해 발굴된 인물과 학술자료로 검증된 사건 등 자료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2019년 울산시교육청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자료 덕분에 교재 개발 과정의 수고를 그나마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울산청년동맹을 창립하고 신간회 울산지회 대표회원으로 항일운동에 앞장선 조형진 선생과 언양 3·1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른 이무종 선생이 대표적이다. 조형진 선생은 교사, 언론인, 독립운동가, 사업인, 경찰 등 다양한 경력을 거쳤는데, 울산시교육청 기념사업추진팀은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던 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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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우신고등학교 교사가 보관해둔 울산 지역신문 일부. 1999년 1월5일자 경상일보에 이달의 독립유공자로 이무종 선생이 소개돼 있다. 이현호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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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종 선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이현호 교사는 한 누리꾼이 자신의 블로그에 일기처럼 쓴 ‘아버지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라는 글을 발견한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이 교사는 “블로그 사진에 찍힌 ‘물리’ 교재와 다른 정보들을 조합해 울산의 한 중학교 과학 교사로 근무 중인 이무종 선생의 후손 송화영씨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손도 간직하지 못한 이무종 선생의 사진을 찾는 건 또다른 과제였다. 이때 이현호 교사의 취미인 ‘신문 스크랩’이 빛을 발했다. 그는 “1990년대 신문에서 ‘이달의 독립유공자’로 이무종 선생이 소개됐던 게 번뜩 떠올랐다”고 했다. 낡은 신문 속 이무종 선생의 얼굴은 울산애니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손을 거쳐 다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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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독립운동가의 사진(위)이 울산애니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손을 거쳐 초상화로 탄생했다. 울산시교육청 ‘울산교육 독립운동 100년의 빛을 밝히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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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만들어진 ‘울산지역 독립운동사’ 교재는 학교의 선택을 받아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지역 독립운동사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구매하거나 도서관 등에서 열람도 불가능하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 교재를 공유할 수 있지만 초·중학교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다. 강지희 팀장은 “어렵게 만든 교재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학교가 선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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