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적자 줄지만 흑자전환 요원
G마켓도 계속 부진…수익성 개선 절실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00년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쌍두마차 11번가와 G마켓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면서 시장에서의 경쟁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경영 방침을 이어가는 중이다. 빠른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적자는 줄였는데…매출도 줄었네?
11번가는 지난 3분기에 매출 1220억원과 영업손실 1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이 32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11번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손실폭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전략을 진행해 왔다. 사옥도 서울 중구에서 경기도 광명시로 이전했다. 이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한 수익성 개선 전략의 일환이다.
성과도 있었다. 6개 분기 연속으로 손실폭을 줄였다. 이 덕에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손실액은 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910억원보다 42.4% 줄었다. 핵심 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은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4분기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1번가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영업손실 축소가 매출 하락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 3분기(1899억원)보다 35.8% 감소했다. 덜 벌고 덜 잃겠다는 전략의 결과물이다. 1분기(-20.9%)와 2분기(-31.6%)에도 큰 폭의 매출 하락을 동반했다. 누적 매출은 29.1% 줄었다. 앞서의 수익성 개선 성과를 역으로 말하면 매출을 30% 가까이 깎는 고강도 절약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오픈마켓 부문의 연속 흑자 역시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오픈마켓에서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수백억원의 적자가 난다는 건, 맞은편의 리테일(직매입) 사업에서 그 이상의 손실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11번가는 현재 익일배송인 슈팅배송, 풀필먼트 서비스인 슈팅셀러 등의 리테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난 둘 다
G마켓은 지난해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모두 적자폭을 줄였고 4분기엔 신세계 편입 이후 첫 흑자를 냈다. 연간으로 봐도 영업손실이 50% 넘게 줄었다. 매출은 9.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나름의 성과를 낸 한 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연말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던 전항일 대표가 갑자기 교체됐다. 보도자료에 '물갈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문책성이 강한 인사였다.
문제는 결국 '실적'이었다. G마켓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5078억원, 영업손실 1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나 빠졌는데 영업손실은 222억원에서 161억원으로 27.4% 줄이는 데 그쳤다. 회복세가 급격히 더뎌졌다.
G마켓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표 교체 직후인 3분기엔 더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9.7% 감소한 2257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손실은 18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8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1분기와 2분기에 조금씩이나마 개선했던 적자폭이 3분기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문제는 4분기다. 지난해 4분기 G마켓은 매출 3193억원을 올리며 2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11월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1~3분기에 누적 200억원 넘게 손실폭을 줄이다가 4분기에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올해엔 이 호실적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지난해 G마켓은 3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엔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341억원이다. 4분기에 20억원 이상 흑자를 내지 못하면 올해를 또 한 번의 뒷걸음질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미 매출은 전년 대비 16% 이상 빠졌다. 수익성까지 개선하지 못하면 얻는 게 없는 한 해가 된다.
실적 회복 돌파구는?
승부처는 내년이 될 전망이다. 11번가의 경우 일찌감치 2025년을 '흑자전환 원년'으로 지목하고 내년을 목표로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올해 손실폭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만큼 내년에는 오픈마켓 부문의 흑자폭을 확대하고 리테일 부문의 적자폭을 줄여 전사 이익을 플러스(+)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의 최종 목표인 '매각'을 위해서도 흑자 전환은 필수다. 11번가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 11번가 상장에 실패한 뒤 오아시스·큐텐 등에 11번가의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내년엔 전사적 차원에서 흑자 달성을 통한 몸값 올리기에 나서야 한다.
그래픽=비즈워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마켓에 새로 부임한 정형권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을 거쳤다. 이후 알리바바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재무통이다. G마켓은 새 대표 부임 이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 9월엔 인수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근속 2년 이상 정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사적 차원의 희망퇴직이었다.
7월부터는 자체 익일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 '오네' 서비스에 맡겼다. 셀러의 상품을 풀필먼트 센터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배송하는 직배송 서비스는 이커머스 경쟁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붙는다. 이를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비용을 절감, 수익성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C커머스의 공습, 티메프 사태, 경제 불황 등 악재가 많았다"며 "예상만큼의 실적 회복에 실패한 기업들이 더욱 더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