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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세계유산만 5개…‘레바논 문화재’ 사수 나선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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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티레 유적지 내 세계문화유산. 경기장 내 기둥으로 추정된다. 유네스코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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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을 ‘임시 강화 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역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레바논 남부 티레와 동부 발베크 등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인근 지역은 이미 공습으로 파괴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을 받는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을 '임시 강화 보호'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문화재는 비상 조치 이행을 위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보면, 유네스코는 지난달 30일 레바논 당국의 요청으로 문화재 보호 위원회 특별 회의를 소집한 뒤, 18일 파리 본부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후 최근 이스라엘 공습이 이어진 레바논 동부 발베크와 티레의 세계문화유산을 포함해 34개의 문화재에 대해 임시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아줄레이 사무총장은 “34개 문화재는 이제 최고 수준의 면책 혜택을 받는다. 이 조항을 준수하지 않으면 1954년 헤이그 협약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잠재적으로 기소 근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처는 1954년 유네스코 문화재 보호 협약과 1999년 작성된 제2의정서 틀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지난 몇 주 동안 레바논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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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소셜미디어 엑스(X) 갈무리




동지중해에 위치한 레바논은 해안에 위치한 수도 베이루트가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했다. 또 레바논 전역은 동로마제국,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등이 지배한 역사적 배경과 페르시아(이란), 이집트, 그리스·로마, 유럽 등 문명의 교차점에 자리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만 5개가 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본산이라며 맹공격을 퍼부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약 80㎞ 남쪽에 위치한 티레의 로마 시대 경기장이 1984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14일 밤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 발베크주에 있는 로마시대 주피터 신전은 세계유산으로 1984년 등록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문화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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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의회(크네세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예루살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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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미국 중동 특사 에이머스 혹스틴 백악관 선임 고문이 레바논을 방문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의회는 미국이 제기한 휴전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휴전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헤즈볼라에 대해 계속 공격하겠다고 연설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18일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서에 담긴 거래(합의)가 아니다. 합의가 있더라도, 이스라엘 북부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 작전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휴전이 유지될 것이라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우리의 예방적 반응, 헤즈볼라가 강화되는 것을 막는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헤즈볼라가 가자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한 뒤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연대 지지하며 전쟁이 레바논으로 확산됐다. 올해 9월 중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겨냥한 공격을 실시해 3천여명이 부상을 입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 등 헤즈볼라 지휘부가 거의 전멸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전과 공중전 등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공습이 이어지자, 레바논 재난위험관리국은 지난달 19일 기준 사망자가 2500여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도 1만1500여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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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티레 인근 알하우시 마을.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가 흩어져있다. 티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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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은 14일 레바논 경제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0월8일부터 올해 10월27일까지 레바논에서 발생한 손실 규모가 약 85억달러(약 11조8700억원)라고 추산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지난해 레바논 국내총생산(GDP)의 약 35%에 해당하는 액수로, 각종 시설 피해액만 약 34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집계됐다. 전체 민가의 8%인 9만9209채가 파손되고 16만6천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87만5천여명이 피난민이 됐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손실은 약 51억달러(약 7조1200억원)으로 분석됐다. 세계은행은 레바논의 올해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최소 6.6%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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