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업자만 부동산PF 참여할 듯…시장 '재편'
리스크 줄어드는 부동산PF…은행들, 적극 '돈' 댈까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의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관련 업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확보한 곳에만 자금이 공급되도록 유도하면서, 영세 사업자의 경우 자금을 공급받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동시에 자금을 대는 주 공급원 역시 제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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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재편…부작용 줄여라
부동산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인한 시장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건설회사, 시행사 등 관련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진 데다가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주택공급이 줄어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구조조정 이후 관련 업계 중 자금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하는 영세사업자들을 위주로 도산이 이어졌고 부동산 PF 시행사들을 중심으로 공급되던 빌라 등도 공급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의식, 최근 내놓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에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관련기사 : 정부, 부동산 PF 체질개선…토지주 현물출자 유도(11월 14일)
일단 사업장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그간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는데, 이를 표준화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 경우 사업장들이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사업이 완료된 이후 분양가가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정부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금융회사가 PF 사업장에 자금을 댈 요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에 정부는 금융회사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일정 수준의 자본을 갖춘 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어줄 경우 금융회사가 산정하는 대출 위험가중치와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을 차등화 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춘 사업자에게 대출을 내어줄 경우에는 은행이 회계상 반영해야 하는 대출의 가중치를 줄여주겠다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는 종전보다 대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종전에는 자기자본비율 20%인 사업장에 100억원을 대출해 준다고 가정하면 장부에는 120억원을 내어줬다고 기재해 향후 부실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식이다. 앞으로는 110억원만 내어줬다고 기재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침대로라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내어주는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대폭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등이 줄어들 수 있지만 위험가중치, 충당금 등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부분이 완충되는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부동산PF 시장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자금 경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PF, '돈' 있는 사업자 중심 재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동산 PF 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에는 3% 가량의 자기자본만 보유해도 부동산 PF 사업을 펼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자기자본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자기자본이 높은 사업장에 대출을 해줄 때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소한의 자본을 보유하지 못하면 추가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도 담겼다.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시행사 혹은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돈을 대는 곳, 즉 부동산 PF 사업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도 제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주권이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간 부동산 PF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토지 매입 전)에도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공급받는 '브릿지론'을 활용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브릿지론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최초 시행사 등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브릿지론 단계는 사업이 완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깐깐하게 나서는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지역 상호금융 등이 주로 자금을 공급했다. 이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자본능력이 확대되면 은행들도 적극 참여할 요인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여신관련부서 관계자는 "부동산 PF 중 브릿지론 단계에 들어간 자금이 전체 PF 관련 자금 중 10%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브릿지론이라는 단계가 사라지면 리스크를 어느정도 덜어낸 사업장들이 금융회사를 찾을텐데, 이 경우에는 은행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이 향후 부동산 임대 사업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은행이 더욱 적극적으로 부동산PF에 자금을 댈 요인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은행은 사업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려는 추세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이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경우 부동산PF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올해 6월까지 취급된 부동산PF 대출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정도였다. 그만큼 제2금융권이 주로 목표로 하던 시장이라는 의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의 경우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에 고금리로 자금을 대던 제2금융권이 주로 참여했다"라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업이 재편되면 금리가 더 낮은 은행을 찾는 사업장들도 많아질 것이고 은행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취급해 은행 중심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환경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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