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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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이를 키우던 여성이 끔찍한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숨지기 10여일 전 경찰이 제보 형태로 이 여성의 상황을 인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피해자가 숨진 이후에야 경찰은 이를 첩보로 생산했고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뒤에야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불법추심 특별단속을 공언해놓고 실제로는 늑장을 부려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불법 추심을 겪던 ㄱ씨가 목숨을 끊기 10여일 전인 지난 9월9일 ㄱ씨 지인은 서울경찰청 소속 정보관에게 이런 내용을 제보했다. 이로부터 13일 뒤인 9월22일 ㄱ씨는 세상을 떠났고 ㄱ씨 사건은 사망 이튿날에야 경찰 내부망에 첩보로 올라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정보관이 고인의 지인으로부터 전화로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뒤 경찰이 제보자에게 ‘피해자와 연결해달라’고 했지만 접촉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해자 사망 뒤 한 달여가 지나서야 내사에 착수한 것은 ‘사건 배당’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사건이라 애초 (서울 종암경찰서) 수사과로 첩보가 배당 됐는데, 협박이나 공갈 등 다른 혐의도 있어 담당 경찰서에서 수사과보다는 형사과 강력팀에서 수사를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재배당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종암경찰서는 이날 오전에야 제보자인 ㄱ씨 지인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ㄱ씨가 처음 지인의 피해 사실을 알린 날로부터 70일 만이었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수사가 늦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신속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늑장 처리는 2022년 11월부터 지속하고 있다는 ‘불법사금융 특별 단속’ 방침과도 상충된다. 경찰의 특별단속 지침은 폭행·협박 등 채무자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사안은 일반적인 사안에 우선해 ‘패스트트랙’으로 관리·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찰 업무가 지나치게 쪼개져 있어 정보 공유가 안되고 공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리대금업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시민으로 우선적으로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수사 착수에 한 달 이상 걸렸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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