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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트럼프 일가, 다시 ‘퍼스트 패밀리’…장녀 이방카 지고 장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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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6일(현지시각)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사실상 확정된 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주변에는 그의 가족들과 제이 디(J.D.) 밴스 부통령 후보의 가족들, 공화당 유력 인사들이 서 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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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우리 가족은 지옥을 겪었다.”



지난해 6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번째 대통령 임기를 맡게 될 경우 자녀들이 다시는 행정부에서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대선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돼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그의 주변에는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는 ‘퍼스트 패밀리’가 있다. 3명의 아내로부터 3남 2녀, 10명의 손주로 구성된 트럼프 일가를 두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 왕조’(American dynasty)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앞으로 4년, 트럼프 패밀리는 미국 정치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까.





이방카·쿠슈너 지고…트럼프 주니어·배런 역할론 강화





트럼프 1기(2017∼2021), 큰딸 이방카는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큰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백악관 미국혁신국 국장과 선임고문으로 일했다. 딸 부부에게 백악관 문고리 권력을 쥐어준 것이다. 그는 이방카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유엔대사로 지명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을 만큼 이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방카는 철저히 주변부에 남았다. 2022년 11월, 이방카는 “아버지를 항상 사랑하고 지지하겠지만, 앞으로는 정치권 밖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예지 페이지식스는 지난주 “플로리다 생활에 안주한 이방카와 쿠슈너가 정치에 복귀할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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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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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다. 그는 현재 트럼프 인수팀에 소속돼 있으며, 각종 언론 인터뷰에 직접 나서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제이 디(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발탁한 데는 그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고, 트럼프 당선 뒤 2기 내각과 참모 진용을 꾸리면서 1980년대생을 대거 기용하도록 한 것 또한 트럼프 주니어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그 또한 백악관 ‘입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플로리다주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업체 ‘1789 캐피탈’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직접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밝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영향력은 막강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막내아들 배런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유일한 자녀인 그는 현재 뉴욕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배런은 지난 7월 플로리다주 공화당 대의원으로 선출됐으나, 사전 일정을 이유로 전당대회 참석을 사양하는 등 철저히 비공개 행보만 해왔다. 그러던 그가 대선 앞 아버지에게 인기 팟캐스트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형제들의 투표’(Bro vote)를 공략하라고 조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배런이 대중 앞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대부분의 주류 미디어를 건너뛰고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향한 것은 새로운 전략의 일부였다”며 배런의 역할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코스타스 파나고풀로스 노스이스턴대(정치학) 교수는 뉴스위크에 트럼프 가족들이 첫 임기 동안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고 두번째 임기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이 덜할 수 있다”며, 백악관이나 행정부 일원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측면 지원에 나서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며느리 라라 트럼프, ‘트럼프 패밀리’ 첫 상원의원 눈독





지난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트럼프의 승리연설 때 트럼프의 오른쪽 옆 자리를 꿰찬 이는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였다. 2014년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와 결혼한 라라 트럼프는 트럼프 1기 존재감이 약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으로 발탁되면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라라 트럼프가 이런 경력을 토대로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마코 루비오 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비게 된 자리에 대체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라라 트럼프는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제가 봉사할 수 있다면, 플로리다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며 “그런 기회를 얻는다면 정말 대단할 것”이라고 이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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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맏손녀 카이 트럼프 엑스(X)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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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다수의 주는 상원의원 자리가 비면 주지사가 상원의원을 임명해 보궐선거까지 일하도록 한다. 만약 라라 트럼프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추천을 받게 된다면, 그는 2026년 11월 상원의원 선거일까지 일할 수 있다. 라라 트럼프는 “저보다 ‘미국 우선주의’ 의제나 트럼프의 4년 목표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요청을 받으면 기꺼이 고려하고 싶지만 아직 주지사와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고 했다. 텔레그래프는 “상원에 가족 구성원이 진출하면, 트럼프는 의사당 내에서 더 많은 눈과 귀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의회가 당선자의 급진적 정책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요 정부직 인선을 마주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백악관 상주 거부한 멜라니아는 어디로





두번째 ‘퍼스트레이디’ 임기를 시작하는 멜라니아는 워싱턴의 개인 아파트,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배런이 공부하고 있는 뉴욕 자택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피플지가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필요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선 과정부터 당선된 뒤 현재까지 공식 활동이 거의 없는 그는 최근 발표한 자서전을 통해 트럼프와의 만남 일화 등을 일부 공개하면서 대중과 소통에 나섰다. 한 소식통은 “항상 그래 왔듯이 멜라니아는 요청받은 백악관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멜라니아는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피플지에 말했다. 멜라니아는 지난 13일 질 바이든 여사의 백악관 초청에 사전 일정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뉴스위크는 “(영부인) 역할에서 더 큰 자율성을 갖게 하겠다는 뜻을 강화하는” 행보라고 짚었다.





새롭게 등장한 트럼프 손녀의 ‘삼촌’은?





“트럼프는 저에겐 평범한 할아버지일 뿐입니다. 부모님이 보지 않을 때 탄산음료나 사탕을 주세요. 항상 내가 학교에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맏손녀 카이 트럼프는 할아버지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해 눈길을 끌었다. 엑스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50∼60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는 지난 7일 엑스(X)에 올린 사진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트럼프의 직계 가족들이 함께 찍은 선거 당일 밤 사진에 그는 ‘팀 전체(The whole squad)’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사진엔 멜라니아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인 킴벌리 길포일이 보이지 않아 여러 해석을 낳았다.



이들 대신 사진 속에 가족들 사이에 나란히 선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그의 아들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 머스크였다. 카이 트럼프는 11일에도 머스크와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와 함께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일론이 삼촌 지위를 얻는 중”이라고 적었다. 일각에서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머스크가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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