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천문학'에 논문 게재
"은하 진화 연구의 획기적인 진전 이뤄내"
제프레이 호지슨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사진제공=세종대 |
세종대학교는 최근 제프레이 호지슨 물리천문학과 교수 연구팀이 은하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의 방향이 은하의 형태와 깊게 관련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는 다비드 페르난데스 길(David Fernandez Gil) 대학원생이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세종대 대학원 물리천문학과에서 호지슨 교수와 벤저민 루일리예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호지슨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배 혹은 수십배부터 수십억배의 질량을 갖는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블랙홀을 구별하는 물리량은 질량과 자전 각·속도 정도에 불과하다.
태양 질량의 수십억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도 수천억개의 별로 구성된 은하에 견주면 그 존재가 미미하다. 하지만 은하가 갓 형성됐거나 근처에 있는 은하와 병합해 블랙홀 주변에 풍부한 가스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대 블랙홀 주변의 가스는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빛의 속력으로 운동한다. 이는 강착원반을 이뤄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뿜어내거나 강착원반에 수직방향으로 물질을 분출한다. 물질의 분출 속도는 빛의 속력에 버금간다. 이러한 천체를 '퀘이사'라고 부른다.
은하의 핵인 퀘이사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그 핵을 품고 있는 은하 전체가 내는 광량의 수백배에 이른다. 퀘이사에서 방출된 빛은 수십억 혹은 수백억광년의 은하 간 공간을 가로질러 지구에 도달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은하 간 공간의 물질 구성과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퀘이사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했다. 천문학자들은 다수의 전파 망원경을 합쳐 직경 수천km의 망원경처럼 활용하는 '초장기선 간섭계'(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BI) 관측법을 발명했다. 이를 통해 5000여개의 퀘이사를 관측, 거대 블랙홀이 뿜어내는 제트의 방향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VLBI 관측법은 최상의 공간분해능을 자랑한다.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 은하인 M87의 거대 블랙홀 영상을 촬영한 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도 VLBI 관측법을 채택했다. 호지슨 교수팀은 퀘이사 제트의 방향이 퀘이사를 품은 은하의 형태를 결정하는 축 방향과 정렬된다는 사실을 통계학적으로 확인했다.
다비드 페르난데스 길 대학원생은 "2년이 넘게 연구한 결과가 천문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저널에 게재돼 영광"이라며 "제프레이 호지슨 교수님과 벤저민 루일리예 교수님, 자코보 아소레이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세종대 관계자는 "호지슨 교수팀은 은하 전체 질량의 0.1%에 불과한 거대 블랙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제트의 방향이 은하 전체의 형태와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는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이 은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현대 천문학의 주요 연구 분야인 은하 형성과 진화를 설명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지슨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천문학'(Nature Astronomy, IF=11.518)에 게재됐다.
권태혁 기자 taeh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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