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액 주주 권익 강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경청 시리즈 '개미투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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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의원총회에서 주주에 대한 이사(理事)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으로 ‘회사’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충실 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넓혔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정상적 기업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 손실을 감수한 경우라도,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개미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에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성문화하고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 투표제 의무화’ ‘감사 위원 분리 선출 규모 확대’ 등도 담았다. 집중 투표는 선임 이사 수만큼의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고,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감사 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 선임 과정에서 최대 주주와 그들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까지 합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기업 150사를 대상으로 ‘감사 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 투표제’가 도입될 경우를 상정해 이사회 구성 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외국 기관 연합이 30대 기업 중 8곳의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이날 내놨다. 재계에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글로비스 등의 이사회도 외국 기관 연합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경협·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공동 입장문에서 “민주당이 기업 지배 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주가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주주가 알짜 기업을 물적분할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을 막으려는 것이지 경영권 이슈와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물적분할(현 LG에너지솔루션)하자 LG화학 주가가 급락해 개미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 등을 상법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다.
다만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산 일을 만회하는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만나 그동안 경영계에서 요구해 온 상법상 배임죄 완화 또는 폐지를 제시하는 등의 움직임으로 볼 때 여야 협상 과정에서 일부 수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추후 보완·수정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물적분할과 합병 등 특수 상황 때 소액주주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넣는 것이다. 상법에 규정하면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에 넣으면 증시 상장 기업만 대상이 된다. 재계에서도 상법 개정엔 부정적이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전향적이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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