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 11월 정례회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태수·정윤혁 위원, 김도연 위원장, 김별아·한준·고산·이성주·장부승·민세진 위원, 조중식 부국장. /장련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1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별아(소설가),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尹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해 <처음으로 허리 굽혀 사과… “죄송” “불찰” 12차례 몸 낮춰>(11월 8일 자 A2면) 등 제목으로 보도했는데, 다른 신문들과는 상당히 차별화되는 내용이어서 의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반적인 독자들의 반응과 조금은 거리가 있었다.
-<[社說]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11월 8일 자 A35면)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과의 진정성이 없고, 적반하장 격으로 언론과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한 다른 신문과 사뭇 달랐다. 조선일보 사설은 윤 대통령이 “사과”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대감도 표명했다. 또 “이날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며 남 일 얘기하듯 썼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조선일보의 다른 칼럼들과 비교해 봐도 비판 수위가 훨씬 약하다. 왜 조선일보 사설이 ‘야성’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 답답하다.
-<[金大中 칼럼] 우크라이나의 남북 대리전쟁?>(10월 29일 자 A34면)은 한국의 ‘살상 무기’ 제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칼럼을 제외하고 조선일보는 대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 물자와 살상 무기 지원 검토에 관한 소식만 전하는데, 이것의 의미와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북·러 군사 동맹 강화에 따라 한반도 안보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부의 신중하고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언론도 면밀히 분석해 비판해야 한다.
-’명태균 스캔들’ 관련, 10월 31일 대통령의 육성 녹음이 나왔다. 조선일보 입장은 그 정치적 함의보다 <취임 전날 통화한 尹, 선거법 적용 여부가 쟁점>(11월 1일 자 A3면)처럼 대통령의 법적 책임에 지나치게 매몰된 것 같다. 조선일보가 대통령실 입장과 동일하게 대통령의 책임을 법적인 영역에 국한해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통령은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언론의 임무는 그 책임을 끝까지 묻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조전혁의 러브콜, 윤호상이 거절… 진보는 정근식으로 최종 단일화>(10월 14일 자 A12면) 등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를 전후해 관련 기사가 여러 차례 나왔다.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면 안 된다는 논리로 정당의 후보 추천을 제외하면서, 교육감 선거는 오히려 가장 정치적인 행사로 변질되고 말았다. ‘불법 천지’ 교육감 선거를 바로잡을 근본적 문제 제기가 아쉬웠다. 선거 후 <”정근식, 남의 땅서 농사짓고 본인 땅서 한 것처럼 공개”>(10월 23일 자 A12면)를 썼는데, 만약 조전혁이었다면 조선일보가 비판했을까.
-<늙어가는 대한민국… 미래 논의에 ‘현장’과 ‘젊은 세대’가 없다>(11월 6일 자 A33면)는 ‘저속 노화’로 유명한 아산병원 정희원 교수가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그만두게 된 과정에서 느낀 정부 위원회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이다. 매우 공감했다. 정부 부처에서 만든 방안을 현장에서 떡하니 내놓고, ‘땅·땅·땅’ 의사봉 두드려 넘어가는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 중앙·지방정부가 요식행위로 운영하는 위원회가 매우 많고, 회의비 등 예산도 적지 않을 텐데 이를 비판하는 기획 기사가 나오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정부 위원회 절반 정리… 대통령 직속은 70%까지’ 방안을 발표했다. 언론이 이를 되짚어 다시 점검해야 한다.
-<산후조리원 비용 급등… 일반실 2주에 346만원>(10월 30일 자 A12면)은 민간 산후조리원에 비해 이용료가 절반 수준으로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이 공급되고 있으나 21곳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이 5%에 불과한데, 신생아 출생이 낮은 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정부 예산이 부족한 탓인지 이유를 정확히 소개하지 않아 아쉬웠다.
[핼러윈 2주기]
-<”2년 전 오늘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들 또래만 봐도 울컥”>(10월 30일 자 A10면)은 2주기를 맞은 핼러윈 참사에 대한 기사다. 참척(慘慽)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질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지혜를 모으자” “잊지 않겠다” 같은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사고 이후 군중이 밀집한 행사나 집회 등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달라졌고, 무엇이 여전히 문제인지 더 꼼꼼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 교훈, 한국보다 日 시부야가 더 실천 잘해>(11월 1일 자 A12면)는 한국의 참사를 거울삼아 핼러윈 기간 내 길거리 음주를 2년째 금지한 일본 시부야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배울 점이 많았다.
-<빅4 병원, 상반기 2135억 적자>(10월 17일 자 A1·3면)는 의정 갈등 여파로 ‘빅5′ 중 ‘빅4′의 경영 실적이 악화했다는 내용인데, 빅5 중 유일하게 적자가 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이 다른 빅4 병원과 무엇이 달랐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전공의 이탈 후 입원과 수술이 반 토막 나고,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은 그대로인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듯한데, 다른 병원들과 차별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4만명 ‘비행기 원정 진료’에… 尹 대통령 “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10월 16일 자 A8면)은 상급종합병원이 설립된다 하더라도 충분한 의료진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제주에서 고급 의료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다. 상급종합병원 유치보다 지방 의료 기관이 기본적인 진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을 확보하고, 기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립묘지에 묻힌 ‘K방산의 아버지’>(11월 1일 자 A1·5면)를 뜻깊게 읽었다. 과학기술자들의 업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무척 인상적이었다. 특히 돌아가신 분들의 경우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업적을 기리기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처럼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취재하고 알린다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인재 유입도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단녀 M 커브]
-<경단녀의 상징 ‘M 커브’가 사라졌어요>(10월 17일 자 A1·2면)는 지난해 30대 여성 고용률이 68.8%로 40대와 50대를 제치고 전체 연령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육아휴직과 유연 근무제, 직장 어린이집 증가 등 결혼 및 출산 여성의 일·가정 양립 환경이 좋아진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30~34세 여성이 결혼하지 않은 비율이 2000년 10.3%에서 2020년 45.9%로 약 4.5배로 급상승했다. 여성의 미혼율 급증이 M자 커브 감소에 미친 영향을 과소평가한 느낌이 들었다. 여성이 결혼 대신 커리어를 선택한 현상을 제대로 분석했어야 한다.
-<바이오·디지털 등 신기술 분야 인력 30만명 부족해져>(10월 28일 자 A6면)는 신기술 분야에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 대책을 많이 제시했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한 학기에 장학금을 500만원 주겠다고 하는데 사실 의대 가면 나중에 그것보다 훨씬 많이 벌 수 있지 않나. 뭔가 획기적인 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야 했는데, 정부 정책만 전해 아쉬웠다.
-<수도권 건설 노동자 5명 중 1명은 외국인… 건설사들 소통 강화>(10월 22일 자 B7면)는 한 건설 회사가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하려고 인공지능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현장에서 왜 소통이 안 되고 있을까’라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할 때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보는데, ‘족보’에 의지하다 보니 시험에서 꽤 높은 등급을 받아도 정작 한국말을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내 性 정체성 팔아… ‘페북’이 돈벌이했다>(11월 6일 자 A10면)는 메타가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맞춤 광고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과징금 216억원을 부과받았다는 내용이다. 메타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인 정보 규정을 위반해 위원회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는데, 얼마만큼 징수했다는 기사는 없었던 것 같다. 데이터는 국가의 중요 자산이다. 메타 같은 해외 플랫폼이 국내 사용자의 데이터를 동의 없이 사용하거나 국외로 유출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예의 주시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美 대선]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언론사 예측 대부분이 많이 빗나갔다. ‘박빙’은 없었다. <[萬物相] 또 틀린 美 대선 여론조사>(11월 8일 자 A34면)는 ‘샤이 트럼프’가 많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쓴 <[朝鮮칼럼] 美 주류 언론이 외면해 온 ‘트럼프 우세론’>(10월 30일 자 A34면)은 우리 국내 언론들이 미국 대선 판세와 관련, 미국 내 특정 언론들의 판세 분석만 주로 보도해 왔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내 언론이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미국 보수 성향 언론 매체들의 분석에 근거해 미 대선 판세가 이미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고, 선거인단 분포는 트럼프 312명, 해리스 226명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놀랍게도 선거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조선일보는 앞으로 뭔가 다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주요 소스로 의존해 온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매체를 통해 시야와 정보 범주를 넓혀야 한다. 미 대선 판세 분석 기사를 썼던 기자들이 복기 방식으로 재검토해 보는 것도 좋겠다.
-국내 언론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으로 초유의 접전을 점쳤는데, 미국 언론의 희망을 베껴 쓴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망신당한 주류 언론… 박빙이라더니, 여론조사 3연속 빗나가>(11월 7일 자 A3면)에서 미국의 유력 매체와 여론조사 회사를 비판했는데, 이렇게 남 탓만 할 일인가? 미국 정치에 대한 연구나 분석은 단순한 국제 뉴스를 넘어 한국의 정세와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문적인 분석 역량을 가진 취재원을 확보하고 국제 전문 기자를 키워야 한다. /정리=김정형 기자
[정리=김정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