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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만물상] 美 장군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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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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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이 발발한 1939년 미군은 육군조차 19만여 명에 불과했다. 조지 마셜 장군이 단 5년 만에 이를 800만 육군의 대군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구축한 합동참모본부 체계는 지금까지 미군을 움직이고 있다. 마셜은 동맹국 지도자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외교 역량도 뛰어났다. 종전 후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서유럽 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을 주도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차 대전을 상징하는 장군은 구데리안, 만슈타인, 되니츠, 로멜 등 천재적 독일군 장군이었다. 그러나 미군에도 뛰어난 장군이 많았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이끈 아이젠하워, 미드웨이 해전에서 최강 일본 해군을 격파한 니미츠, 일본의 항복을 받은 맥아더 등 뛰어난 장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군 역사상 별 다섯 개 원수 계급을 받은 장군은 9명인데 모두 2차 대전 영웅이다. 미군 장군들은 지금도 국민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다.

▶트럼프 1기 첫 국방장관이던 매티스는 해병 여단장 시절 부하들이 지쳐 있자 몸소 보초를 섰다. 휴가를 얻으면 전사한 병사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4성 장군이 됐는데도 방에는 작은 침대와 성경만 있었다. 트럼프가 “물고문 부활”을 주장하자 “반대한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트럼프가 미 장군들에게 분노한 순간 중 하나가 2020년 흑인 사망 사건 시위 때라고 한다. 당시 트럼프는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동원 방침을 세웠는데 국방장관과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부터 공개 항명했다. ‘노(No)’를 참지 못하는 트럼프의 충격이 컸다.

▶트럼프가 2기 첫 국방장관으로 소령 출신 방송인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지명한 안보 관련 책임자 중 장군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령 출신, 정보 총책임자는 중령 출신이다. 오히려 퇴역 군인으로 구성한 ‘전사 위원회’를 만들어 현역 3~4성 장군들을 숙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헤그세스는 최근 저서에서 “국방부 지도부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썼다. 군복을 벗길 대상으로, 시위 진압에 군 동원하기를 반대했거나 군내 성평등을 옹호한 장군들 실명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미군 1년 예산이 9000억달러(약 1200조원)를 넘는다. ‘천조국(千兆國)’이라 부른다. 지구 전역을 넘어 우주까지 관리하는 군대가 미군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도 미군 역할이 크다. 이 미군을 장군 950여 명이 지휘한다. 이들이 ‘숙청 전야’라니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안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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