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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정치적이지 않은 교육감 선거? [슬기로운 기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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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0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집 담장에 붙은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벽보 앞으로 자전거를 탄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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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 노동·교육팀 기자



돌이켜보면 참으로 이상한 선거였다. 한달 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이야기다.



교육 담당 기자가 된 지난 8월19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기일이 잡혔다. 오자마자 선거라니, 눈앞이 아득했다. 그래도 두차례 총선을 취재한 경험이 있으니 낯설진 않겠다 싶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선 후보 단일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졌다. 후보 등록 전부터 진보 진영은 단일화 기구를 꾸렸고, 보수 진영은 단일화 기구들의 단일화에만 수일을 허비했다. 단일화에 불참한 후보는 끝까지 압박을 받았다. 언론은 날마다 단일화 상황을 중계했다.



그렇게 꾸려진 선거캠프도 어수선했다. 대변인만 십수명인데 역할은 불분명해 전화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야 했다. 시민단체 사람들부터 전직 시의원·정당인·언론인 등 온갖 사람이 캠프로 모여들었다.



더 기이한 건 교육의 주체들은 선거에서 실종됐다는 점이다. 교육감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채로 무작정 교원단체 관계자에게 전화했다가 “교사는 교육감 캠프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답을 듣고 아차 싶었다. 교원단체는 교사들을 ‘사상 검증’하겠다는 후보의 발언에 논평조차 내지 못했다.



모든 건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이 불가능해 ‘떴다방’ 조직이 선거를 주도하고, 당선자가 직을 잃어도 책임질 주체가 없다. 현직 교원은 출마도, 후보나 공약 지지 표명도 못 한다. 생일이 지난 고3 빼곤 학생도 투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교육감 선거가 정치색을 걷어낸 ‘순수한’ 선거일까. 알다시피 전혀 아니다. 후보들의 펼침막은 거대 양당의 색깔을 차용했다. 민주진보 진영 쪽 정근식 후보는 펼침막에 “뉴라이트 친일교육 심판”을 내걸었다. 기자들을 위한 후보의 단체 메신저 방에는 연일 각종 조직과 명망가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무슨 교육정책을 펴겠다는 건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이쯤 되면 진짜 문제는 교육에 정치가 물들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치의 개입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정당의 공천과 검증이 없으니 시민들은 후보를 알기 어렵고, 후보들은 공약보단 단일화와 세 모으기에 몰두한다. 교육정책 연구자들도 “이런 정직하지 않은 선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정당 추천제나 정당과의 정책 제휴제까지 열어놓고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교육철학만큼 정치적인 분야도 없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존치시켜야 할지, 교육 재정을 어느 곳에 더 배정해야 할지 등이 정치 행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많은 언론이 한해에 12조원의 예산을 쓰는 자리인데 투표율은 24.62%에 그쳤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정치를 하면서도 정치를 하지 않는 척하는 이상한 선거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바라는 것도 욕심 아닌가. 교원이 출마할 수 있으며, 학생도 투표할 수 있는 선거로 바뀌어야 한다. 정당이 책임지고 후보를 공천하는 형태까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어설프게 지워버린 정치를 제대로 된 자리에 놓을 때, 교육감 선거가 비로소 교육정책을 본격적으로 토론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다음 선거까지는 1년7개월. 이제는 이 이상한 선거를 끝낼 때가 됐다.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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