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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노벨상 한강 평가로 한국 사회 두쪽 갈라질 수도”… ‘목사 삼촌’의 공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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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강 작가(왼쪽), 한충원 목사. /연합뉴스·페이스북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삼촌인 한충원 목사가 조카에게 장문의 공개 편지를 썼다.

대전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한 목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게 보내는 삼촌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A4용지 13매 분량의 글을 올렸다.

한 목사는 “사랑하는 조카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 기쁨에 앞서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과 걱정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으로 인하여 오히려 형님 집안이 하나님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의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님 집안과 아예 단절된 상태에서 조카의 연락처를 전혀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한때 작가의 길을 걸었던 휴면작가이자 목회자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삼촌으로서 “조카의 작품에 대한 논란거리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조카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서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한 목사는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에 대한 외설성과 청소년 유해성 논란에 관해 “소설은 허구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글이다. 허구는 상상에서 오지만, 그 상상을 글로 표현할 때는 책임이 뒤따른다”며 “상황 윤리로 패륜적인 것이 정당화된다면, 근친상간 행위도, 수간행위도, 심지어는 인육을 먹는 범죄 행위도 얼마든지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미화시킬 수 있다. 그것은 타락의 극치”라고 했다.

이어 “형부·처제의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아무리 작품의 구성상 필수 불가결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며 “D H 로런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그런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읽혀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기가 두려운 작품으로 여겨진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도 나오는 패륜 관계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왜곡된 윤리 의식과 성 관념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모방 범죄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한 목사는 또 한강의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에서 표현된 역사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주 4·3사건과 6·25 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이고, 5·18은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가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라면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한쪽의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문학 작가도 이념이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 정치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의 세몰이에 영합하는 듯한 작품을 쓰지 말고 공평한 자세로 써야 한다”며 “과거의 상처를 헤집지 말고 양쪽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한 목사는 “내가 지금까지 조카에게 한 말들이 조카의 마음을 아프게 찌를 것을 생각하니 나도 이 편지를 쓰는 내내 가슴이 아파 몇번을 울었다”며 “‘빛을 찾고 싶다’는 조카에게 ‘참 빛’이 무엇인가를 얘기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왔겠지만 이제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위대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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