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집니다. 50만 명 넘는 수험생들, 지금쯤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을 텐데 여기엔 황혼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수험생도 있습니다.
83살 임태수 할머니의 도전을 신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수능 전 마지막 수업.
[바람에 쓸려가는…]
반듯한 글자로 오답 노트를 적어 내려가는 83세 임태수 할머니도 내일 시험을 봅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떨리지는 않으세요?} 괜찮아요. 저 공부 많이 안 했어요.]
공부를 안 했다는 건 모범생다운 거짓말입니다.
학교부터 집까지는 왕복 2시간 거리.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저거 타고 가서 내려서 6호선 타고 가서 5호선으로…]
두 무릎 속 인공관절이 고장나도록 열심히 다녔습니다.
매일 5시간 수업을 듣고도, 집에서 따로 3시간 이상 책을 봤습니다.
그만큼 공부가 좋았습니다.
70년 전 중학교를 그만둘 때 울었던 것도, 공부를 좋아하고 잘 했기 때문입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은 뭐 시험치나 마나 그냥… {다 100점?} 네.]
아버지가 병으로 앓아누우면서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나는 학교 선생이 하고 싶었어요. 돈이 없어서 못 간 거지요.]
자녀 넷, 손주 셋을 키워놓은 뒤에야 다시 시작한 공부는 어렵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자꾸 밑으로 새도 콩나물은 잘 자라지 않느냐. 흐리고 잊어버려도 자꾸 하다 보면 이게 내 머리에 박히지 않느냐…]
이미 대학 두 곳에 합격했지만, 수능도 잘 보고 싶다는 할머니.
소풍 도시락 싸듯, 수험장에 챙겨 갈 식단도 짜놨습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요만큼씩 주먹밥을 해서 한입에 들어가게끔…]
대학 생활은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임태수/서울 일성여고 3학년 : MT도 좀 가고 싶고 동아리도…남 돕는 걸 좋아하니까 베풀고 싶고요.]
졸업 뒤 진로 계획까지 마친 할머니, 나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영상취재 정상원 / 영상편집 김영석]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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