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만취해 경찰 폭행·모욕한 현직 검사
재판서 혐의 인정했으나 곧바로 공탁절차
“상당 금액 공탁”…법원, 양형사유로 참작
“회수 안 할 것”…공탁금 국고 귀속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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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검사가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개월보다는 낮은 형량이다. 검사는 선고를 일주일여 앞두고 법원에 800만원의 공탁금을 냈는데, 법원은 이를 양형을 낮추는 데 참작했다고 밝혔다.
▶술에 만취해 경찰 폭행·모욕한 현직 검사= 수원지검 공판부 소속 A검사는 지난 4월 21일 새벽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앞길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의도지구대 소속 B순경(여성)으로부터 부축을 받으며 귀가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A검사는 별안간 B순경에게 중지를 세워 보였다. A검사는 이어 “XX 못생겼네, XX, 사람이야? 예. X까세요”라고 욕설을 하고, 주먹으로 B순경의 얼굴을 1회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검사는 같은 날 새벽 4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있던 와중에도 수갑을 풀어 주던 여의도지구대 소속 C경장(남성)의 허벅지를 발로 차 1회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5월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혐의를 적용해 A검사를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지난 7월 A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서 혐의 인정했으나 곧바로 공탁 절차=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첫 재판에서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일반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현장에서 애쓰는 경찰들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점에서 준엄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A검사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당시 A검사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부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A검사는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으신 경찰관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사죄드린다”며 “대한민국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찰관들의 노고를 알면서도 제 잘못으로 인해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모독하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A검사는 그러면서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시고 잘못된 행동을 한 제 잘못”이라며 “공직 생활을 지속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피해 경찰관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A검사는 피해 경찰관들과의 합의가 어려워지자, 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B순경을 위해선 500만원을, C경장을 위해선 300만원을 각각 공탁했다. 형사공탁은 공탁법 제5조의2에 따라 형사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그 피해자를 위해서 합의금 등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를 의미한다.
특히 선고 직전 피해자의 동의 없는 공탁으로 피고인이 형 감면을 받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법조 일각에선 A검사 사건에 대해서도 이른바 ‘기습공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A검사 측은 지난 12일 “10여 차례에 달하는 합의 시도에도 피해자들이 거절 의사를 밝혔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공탁을 진행해 추후에라도 위로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기습공탁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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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 금액 공탁”…법원, 양형 사유로 참작= 법원은 A검사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800만원의 공탁금을 낸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장민석 판사는 13일 공무집행방해, 모욕 혐의로 기소된 A검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행사하고 욕설을 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 경찰관 B씨를 위해 500만원, 피해 경찰관 C씨를 위해 300만원을 각각 공탁했다”며 “형사 처벌을 받은 적 없는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정도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검사 “절대 회수 안 할 것”…800만원 공탁금은 어디로= ‘기습공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지난 12일 A검사 측 변호인은 “기습공탁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공탁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공탁금은 원래 임의로 회수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공탁으로 인해 형량이 감경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죄가 확정되거나 피해자가 공탁금 회수에 동의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회수가 가능하다.
A검사는 법원에 총 800만원의 공탁금을 냈다. 하지만 해당 공탁금은 피해 경찰관들이 A검사와의 합의를 거부하고 있고, A검사 역시 공탁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향후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 내부에선 공무집행방해 피해를 입은 경찰이 개인으로서 합의를 하거나 공탁금을 수령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실 소속 관계자는 “지난 2020년 공무집행방해와 관련해 경찰 개인이 합의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협의 공문 형태로 대응 방안이 나왔었다”며 “피의자 측의 합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관서장에게 알린 뒤 심의회를 열어 합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을 폭행한 사건은 국익이 침해된 사건”이라며 “이 때문에 경찰 개인이 결정해 합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식 계통을 밟아 합의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공탁일로부터 10년 내에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공탁금지급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돼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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