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 뉴욕 응급실'에 완경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사진 코리아보드게임즈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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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대신 '완경(完經)'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국내 한 보드게임이 일부 이용자에게 '별점 테러'(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행위)를 당했다. 회사 측은 "완경이라는 단어를 수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드게임 개발·유통 업체인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완경 논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회사는 "완경이라는 단어를 보드게임에서 발견하고 당황한 분들이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해당 단어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객 의견 중엔 이 단어가 의학적 용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의학 용어는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과거엔 병명이 정신분열병이었으나 부정적 인식 등을 이유로 조현병으로 바뀐 것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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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폐경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을 대체해 폐경을 겪거나 겪을 여성 당사자에게 긍정적인 기분을 줄 수 있다면 (용어를) 바꿔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우리도 모두 각자 어머니가 있었기에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며 "이미 사용된 완경이라는 표현을 거두지 않는 것이 세상 모든 어머니와 여성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최근 발매한 보드게임 '메디컬 미스터리: 뉴욕 응급실' 속 환자 소개 카드에 '완경기가 지난 53세 여성'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사실을 놓고 최근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해당 게임은 게임 이용자가 응급실 의사가 돼 환자 병을 치료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게임에서 완경이라는 단어를 접한 일부 이용자는 "게임은 잘못 없지만 사상이 묻어서 냄새가 난다. 중고로 팔 수도 없다" "논란이 일어날 용어를 멋대로 쓴 게 실망스럽다"라는 리뷰를 남기며 해당 게임에 별점 1점(5점 만점)을 줬다. 한 네티즌은 후기에 "용어와 사상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적었다.
완경은 폐경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로, 폐경을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어감으로 순화한 것이다. 해당 단어는 1989년 안명옥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처음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대한폐경학회는 폐경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학술 용어기 때문에 거부감을 안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공지가 올라온 뒤 이 제품 게시판에선 "'돈쭐'(돈으로 혼쭐) 내러 왔다" "응원하러 왔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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