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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단독] "경찰 특활비·특경비 깎자"는 민주당, 여당 땐 679억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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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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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경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 삭감을 벼르고 있다. 지난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서 11명을 체포한 경찰 대응이 과도했다는 걸 문제삼으면서다. 이틀 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조지호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삭감 방침을 공식화했다.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원회 비(非)경제부처 심사에서도 민주당은 조 청장에게 거듭 사과하라며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일찍부터 ‘권력기관 특활비·특경비·업무추진비(업추비) 감액’이 민주당 예산안 심사의 최우선 목표긴 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제적으로 검찰 특활비(80억원)‧특경비(506억원)를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 예결위 관계자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찾아내 대폭 감액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자 책무”라며 “경찰 특활비와 특경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특활비 삭감을 두고 경찰 측에서는 “건수를 잡아 예산으로 겁박하려 한다”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공직선거법 15일, 위증교사 25일)를 앞두고, 대규모 장외집회로 여론 결집에 나선 민주당이 보여주기식 삭감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경찰대 출신 간부는 통화에서 “경찰 진압으로 세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야당 입장”이라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갑자기 경찰청장 사과를 요구하고, 그걸 빌미로 예산을 깎겠다는 건 정치적 판단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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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실제로 민주당은 여당 시절에는 경찰 특활비·특경비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랐다. 중앙일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행안위의 과거 회의록, 예비심사 검토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찰 특활비·특경비는 2017년 5486억원에서 2021년 6165억원으로 12.4%(679억원) 증가했다. 특활비 비중이 줄고(411억원→39억원) 특경비가 늘었지만(5075억원→6126억원), 총액 기준으로는 증가했다.

심지어 행안위가 정부안보다 전체 예산을 수백~수천억원 늘리기도 했다. 경찰청 총 예산은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말 행안위에서 525억 7100만원이 증액됐다. 이어 2018년 249억 5500만원, 2019년 464억 2720만원, 2020년 1132억 1000만원 등 상임위에서 경찰 예산을 불리는 일이 반복됐다.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마지막 예산을 통과시킨 2021년 말 당시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영역이 증가함에 따라 사건수사비 현실화를 위해 129억원을 증액해야 한다”는 경찰 측 입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예결위원은 통화에서 “여당일 때 정당한 예산 활동으로 봤던 걸 이제 와서 모조리 깎겠다니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원칙도 상식도 없이 ‘이재명 지키기’에 예산까지 동원하겠다는 게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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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0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후속 의사일정 논의 등으로 정회되자 이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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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다수당의 품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집권했을 땐 있는 대로 다 써놓고, 집권을 못 하니 의석수로 밀어부쳐 똑같은 예산을 무조건 깎겠다는 건 사인(私人)만도 못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특활비고 특경비고 오랜 기간 예산이 존재해온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라며 “판사 탄핵, 검사 탄핵에 이어 예산까지 이용한다면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예산 삭감엔 한목소리를 냈던 야당 내에서도 엇갈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기득권’으로 공격해 온 검찰보다 ‘밑바닥 민심’에 가까운 경찰 조직을 건드리는 건 한층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호남 중진 의원은 “경찰 표가 몇만 표나 되는데, 일종의 수당 격으로 여겨지는 특경비까지 다 깎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이 대표 선고일인 15일과 25일 서초동 집회 참석 방침을 공지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해당 집회에 참석하도록 조직해달라”며 “버스, 비행기 등 이동 비용은 중앙 차원에서 보장한다. 질서 정연하고 기세 높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18일~26일을 ‘2차 비상행동’ 기간으로 정하고 소속 의원과 당원, 시ㆍ구의원 등이 함께 시위 현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새롬·김창용·최혜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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