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첫 단추' 어떻게 바뀌나
안전진단 명칭·시행 시기 변경
본회의 연내 통과땐 내년 상반기 시행
기본계획 없이 정비계획 입안 가능
주민동의서 확보 기간도 줄어들어
재건축진단 통과 못할 땐 사업 지연 불가피
재건축진단 평가 기준도 변경 예정
13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포함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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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진단’, 사업 기간 확 줄인다
개정안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고, 시장·군수 등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재건축진단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도 재건축진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구역 지정·고시 10년 경과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않는 경우 안전진단을 재실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사업계획 입안 전 안전진단을 반드시 거쳐야 했고,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설립 순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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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에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지역도 정비계획의 입안을 요청할 수 있고, 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입안 요청이나 제안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계획 입안 요청, 입안 제안,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구성 중 한 가지에 동의하면 다른 항목에 대한 동의로 인정하는 특례 조항도 신설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사위를 통과하고 나면 (법 통과와 관련한) 리스크가 많이 줄어들고 본회의에서는 대부분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재건축 사업의 사업 기간이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봤다. 법이 개정되면 정비구역 입안 동의서나 추진위원회 구성 중 하나만 충족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동의서 확보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신청할 때 토지 등 소유자 10%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비구역 입안을 위한 동의율은 50%, 조합설립 동의율은 75% 기준을 각각 충족해야 한다.
‘재건축진단’ 평가 기준도 변경 추진
다만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안전진단이라는 절차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전진단 전 사업 추진 주체 결성 등은 가능하나 재건축진단을 통과해야만 사업계획인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조합 설립, 정비구역 지정까지 마쳤지만 재건축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지들의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기본계획 수립이나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 준비 과정에서 운영비가 투입되는데 이런 각종 비용들은 조합 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세부 지침 등을 통해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안전진단 등 재건축 사업 절차를 개선한 것이 초반에 1~2년가량 단축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합 내에 안전진단을 담당하는 팀을 별도로 둘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게 될 수 있고, 구역지정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투입된 후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 나중에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하느냐가 맹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성산시영아파트는 1986년 준공된 최고 14층, 33개동, 3710가구의 단지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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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개정안 통과가 결정되면 재건축진단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맞춰 재건축진단 평가 기준을 검토하려고 한다"며 "기존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데이터를 재활용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개선하면 다시 시험을 거치지 않도록 데이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 초 안전진단 제도 개선과 관련해 "생활 불편이나 노후도를 중심으로 안전진단을 하면서도, 주민 동의 요건을 갖춘 곳에서 안전진단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안전진단 기준을 한 차례 완화했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주거환경·설비노후도 비중을 30%로 높였다.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30~55점에서 45~55점으로 완화하고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 따라 정비사업 초기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봤다. 다만 안전진단 자체를 폐지하지 않은 것은 사업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사업성이 없는 단지는 추진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정 기간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안전진단을 생략하게 해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안전진단 자체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미뤄둔다는 것이어서 나중에 수습되지 않으면 혼란을 야기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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