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탄원·장외 집회' 민주…이재명 선고 앞두고 여론전
'反삼권분립' 비판도…과거 이재명 "법관, 법·양심 따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시작으로, 열흘 뒤인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되는 등 정치생명의 분수령이 될 '사법 리스크' 시험대에 오른다. 2024.11.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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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재판은 여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법관은 여론에서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여론은 재판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출렁이는 여론에 끌려가는 법정엔 절차도 원칙도 없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무죄일 경우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이지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자체가 막히게 되는 초대형 악재를 맞게 된다.
문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만큼 정치가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반(反)삼권분립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사법부를 제어하려 드는 순간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법부를 거칠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을 호도해 사법부에 입김을 불어 넣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무죄 판결 촉구 탄원서 100만 장을 사법부에 전달하겠다고 한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겸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에둘러서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이 댓글 하나 그리고 이제 글 하나 이런 여론, 이게 굉장히 고급 정보다. 이런 것들이 재판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여론이 무엇인지 판사도 궁금해 한다'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달부터 서명을 받은 '이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서' 100만 장을 사법부에 전달하겠다고 한다. 이들은 선고일인 15일, 25일에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분노한 지지자들이 국회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던 것을 기억하면 재판부는 물리적 압박까지 느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2일과 9일에는 서울에서 김건희 특검법 관철을 위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는 16일에도 민주당은 장외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재판과 장외 집회는 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를 시사하면서 사실상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내 의원들의 언행을 단속하며 사법부 심기 경호에도 혈안이다. 올해 중순쯤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부당한 기소나 판결할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 수사기관을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기관 무고죄' 등의 입법을 추진하며 사법부를 압박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달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말한 김우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당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추진과 관련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할 법관이 법령을 위반하고 정치나 이익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가 인권침해와 질서 파괴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2021년의 이 지사와 2024년의 이 대표가 다르지 않다면, 민주당은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멈추고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법부 또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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