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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만물상] 딸이 된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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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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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스스로 ‘비너스’라 칭하고 여신처럼 행동했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남자들과 연애했다. 의사들에게 성전환까지 의뢰했다고 한다. 남성적 권위와 전통을 숭상한 로마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지지했지만 외조모는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외조모와 귀족들의 반발로 재위 4년 만에 암살되고 기록 말살형에 처해졌다.

▶성 정체성 혼란은 주위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부모는 말할 것도 없다. 50대 지인이 딸을 둔 남성과 중매로 결혼했다. 남편 딸을 처음 만났는데 180cm 넘는 거구에 영락없는 남자였다. 놀란 아내에게 남편은 “죽을 각오로 아들을 말렸지만 결국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고백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는 ‘아들 같은 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원조 트랜스젠더 하리수의 부모는 TV에서 “2대 독자인 내 아들을 아직 딸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는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날 찌르고 가라’며 6시간 동안 칼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했다. 이런 갈등은 소설에도 등장한다.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어머니는 게이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도 “끝까지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김지연의 ‘사랑하는 일’에서 아버지는 동성애 자녀에게 “집 한 채 물려줄 테니 끝까지 소문내지 말고 살라”고 부탁한다.

▶부모는 자식이 정상적 가족·사회 일원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자녀가 혹시나 사회적 시선에 고통 받을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바뀌어 성 정체성 논란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트랜스젠더 모델 최한빛은 “울며 반대한 아버지가 수술 후 꼭 안아주셨다”고 했다. 풍자도 “10년 만에 아버지가 ‘된장찌개에 밥 했으니 집으로 오라’고 부르셨다”고 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이들 부모의 고통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

▶트럼프 시대의 실세로 등극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내 아들이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에 의해 살해됐다”고 말해 화제다. 그의 아들은 2020년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아버지와 절연하고 이름도 바꿨다. 보통 실리콘 밸리 등 첨단 산업 종사자들은 민주당 지지가 많은 편이다. 머스크도 그랬다고 한다. 그 머스크가 공화당, 그것도 트럼프 적극 지지로 바뀐 것도 아들이 준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 어떤 일이 이보다 큰 충격이 될 수 있을까 싶다.

[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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