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다이아몬드 주워담는 방법 알려드리죠”…얼른 이것부터 펼치라는 스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불교계 대표 학승 무비스님
출가 후 펴낸 저서 120권 넘어
25권으로 정리 ‘화중연화’ 출간
“서로 부처로 대접 땐 모두 행복”


매일경제

부산 범어사에서 인터뷰 중인 무비스님 [사진 제공 = 불광출판사]


“제가 그동안 만든 책들이 7개 출판사에 흩어져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10%만 빼고 다 모의다시피 했습니다. 전집이 오면 그날 밤은 이 책들을 안고 잠들겁니다.”

한 평생을 경전 연구에 바친 한국 최고의 강백(講伯) 무비(無比) 스님(81)은 12일 고운 단풍이 내려앉은 부산 범어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1943년 영덕에서 태어난 그는 열다섯에 불국사로 출가해 지금까지 120여권의 저서를 쓴 불교계 대표적 학승(學僧)이다. 이 가운데 ‘대방광불화엄경 강설’(전 81권)과 공저를 제외하고 불광출판사와 조계종출판사, 민족사, 담앤북스, 염화실출판사 등에서 펴낸 모든 저서(29종 33권)를 재구성해 불광출판사에서 ‘여천무비스님 전집-화중연화’ 25권으로 펴냈다.

스님은 “어린아이에게 친절하게 밥을 씹어서 떠먹여 주듯이 친절하게 설명해준 것”이라며 “불교의 ABC부터 금강경, 임제록 등 아주 높은 수준의 불자가 읽을 수 있는 책까지 이것만으로 충분히 넘쳐난다”고 말했다.

제목으로 쓰인 ‘화중연화(火中蓮華)’는 ‘유마경’의 구절 중 “화중생련화(火中生蓮華)”와 같은 말로, ‘불꽃 속의 연꽃’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며 헤쳐 나가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불법의 지혜를 의미한다.

매일경제

무비스님 [사진 제공 = 불광출판사]


“저는 솔직하게 가방끈이라고 할 것도 없고 집도 가난해서 출세할 앞길도 막막한 상태였어요. 촌철 같은 경구가 내 마음을 흔들어 출가해 탄허·성철 등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지요. 22년 전에 허리 수술을 하고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큰 고생을 했어도 ‘불 가운데 연꽃 같은 삶’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이 거의 다 숨겨서 그렇지 인생사가 거의 화중연화입니다.”

스님은 “화중연화라는 말에는 부처님이 세상을 불이 활활 타오르는 험하고 고통스러운 곳으로 본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은 전부 사람의 욕심 때문이다. 상대를 누르고 밟고 음모하고 시기질투하는 투성이다. 하지만 거기서 부처님의 자비가 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의 사상은 ‘인불(人佛) 사상’으로 요약된다.

“불교 안에서도 여러 가지 사상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평생 불교에서 인불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서로 부처님으로 대접하고 위해주고 존중하고 섬기면 그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합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열쇠가 인불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스님은 어지러운 한국 사회에 대해 “탐진치(貪瞋痴) 3독이 문제”라며 “전부 독에 맞아가지고 제 정신으로 사는 게 아니라 독 정신으로 산다”고 꼬집었다. “벼슬, 돈, 이성에 대한 탐욕, 좋은 것에 대한 탐욕이 너무 많아요. 여기에 화를 너무 잘 내요. 부처님은 화를 한번 내면 자기 인생에 100만 가지 장애가 생긴다고 했어요. 어리석음도 또 못말리는 거예요. 불교에서는 자비도 강조하지만 지혜를 강조합니다.”

매일경제

무비스님 [사진 제공 = 불광출판사]


어린 시절 스님의 마음을 훔쳐 출가로 이끈 경구는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자경문’의 구절이다. ‘사흘간 마음을 닦을지라도 천년의 보배가 되고 100년간 재물을 탐할지라도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뜻이다.

스님은 후학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도대체 공부를 하지 않아요. 공부를 해보니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이아몬드가 와르르 와르르 쏟아지는데 이 훌륭한 다이아몬드를 주워 담으려 안 하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주지 한 번 못했는지 모르지만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