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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기원상의 팩트체크] 신상 공개 거부한 軍장교, 피의자가 이의 제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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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교가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이 발생한 뒤,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피의자 A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였다. 그동안 '사체 훼손'과 관련된 사건에선 공개 의결을 거쳐 신상정보가 공개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신상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즉시 공개'를 이유로 들었다. 이 뉴스를 접한 순간, '범죄자가 신상정보 공개를 거부할 권리가 있을까?'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에 반대하는 상황 자체가 생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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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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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훼손'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 거부했다

강원경찰청은 지난 7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의 범행 수단의 잔인성, 피해 중대성,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공공의 이익 등 공개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보고 신상정보 공개를 의결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A씨는 신상정보의 즉시 공개에 반발해 거부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여 5일 간(8~12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이 기간을 이용해 가처분 신청과 '신상정보 공개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결국 법원은 '피의자 신상 공개로 피의자에 대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물론 즉시 공개는 되지 않고 공개 유예기간(8~12일)이 끝난 뒤인 13일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A씨의 신상공개 정보 거부로 일주일이 넘도록 신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고의로 시간을 끌어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중범죄자가 신상공개 거부 가능?

신상 정보 공개는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 잔인성, 피해 정도,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는 즉시 공개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으며, 이때 법원은 공개 보류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유예 기간은 사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5일에서 7일 정도로 설정된다. 이 기간 동안 피의자는 공개 결정을 막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즉,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의 제기가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공개 필요성, 피의자 권리, 공공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피의자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신상정보 공개를 막을 수는 있지만, 법원이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공개가 강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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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성 착취물 구매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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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안하기도?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요청에도 법원이 이를 거부하거나 경찰이 공개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0년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관리자급 인물인 조주빈, 강훈 등을 비롯해 공범인 문형욱, 안승진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어서 'n번방'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했다는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한 신상정보도 공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춘천지법은 "신상공개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A씨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결정에 대해 많은 이들이 '피해자보다 피의자 인권이 더 중요한가'라는 비난을 제기하며 반발했었다.

또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본도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그 이유에 대해 "피의자의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나 정신 질환 유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부족하고,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 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지만 법원과 경찰의 판단에 따라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른 나라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는?

미국은 공공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서 언론을 통한 신상정보 공개가 빈번하다. 피의자가 구속된 후 공판을 받을 때 사진, 이름, 나이, 범죄 혐의 등 그의 신원을 공개한다. 다만 미성년자의 경우 신상이 공개되지 않으며, 특정 혐의에 대해서는 신상 공개가 제한될 수 있다.

영국은 일반적으로 피의자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피의자의 무죄 추정 원칙을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피의자가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는 신상정보 공개를 제한한다. 특히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에서 재판 중인 피의자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피의자가 공인일 경우는 사건의 중요성에 따라 신상 정보가 어느 정도 공개될 수 있다.

일본은 피의자 인권 보호를 중요시하지만 범죄 성격이나 사회적 관심도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진다. 중대범죄의 경우 언론을 통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한다.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독일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개인의 권리를 매우 중요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피의자 신상 공개를 제한한다. 사건의 민감성이나 피의자의 범죄가 공공의 관심을 끌지 않는 한 공개되지 않는다.
아주경제=전기연 기자 kiyeoun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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