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반환' 엄포 나흘만에 지명
WSJ "트럼프 주장 근거 없어...中견제 성격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와 그린란드, 그리고 파나마 운하까지 미국 소유로 삼고 싶다며 우방국에 대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로 대표적 친미 국가인 파나마의 이례적인 반발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파나마 주재 미국대사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충성파’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를 지명하며 이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파나마 운하로 우리한테 바가지를 씌우는” 파나마에서 카브레라가 미국 대사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브레라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의 맹렬한 전사”라면서 “파나마에서 미국 국익을 대변하는 환상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미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서 일했던 카브레라는 올해 선거 과정에서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플로리다주(州) 대표로 활동하며 트럼프의 재선을 도운 충성파다. 친(親)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의 플로리다지부 사무국장 등의 직함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카브레라를 마가 운동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용감한 미국 우선주의 보수주의자라고 묘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명은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반환’ 엄포를 놓은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는 앞서 21일 파나마 정부가 운하를 이용하는 미국 해군과 기업 등에 과도한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나마에)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다.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82㎞의 파나마 운하는 연간 1만4000척의 선박이 이용하는 글로벌 물류의 요충지다. 미국이 1914년 완공한 이후 소유권을 행사해왔으나 지미 카터 행정부 때인 1977년 미국과 파나마 간 소유 이양 조약을 맺었고, 파나마 정부는 1999년에 운하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획득했다. ‘침공’이 아니고선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확보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난데없이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가 파나마를 침공할까?’ 제하의 사설을 내고 “트럼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국가와 관계없이 모든 선박은 용적 톤수와 종류에 따라 요금을 지불한다”면서 “트럼프의 횡포(Broadsides)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지만, 침공이 요구되는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행보에는 중국 견제 의도도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운하 사용은 미국 선박이 가장 많고, 다음이 남미를 오가는 중국 선박들이다. 운하에 인접한 항구 5개 중 2곳을 중국 기업이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는 앞서 “운하가 나쁜 자들의 수중(중국)에 들어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이날 역시 "훌륭한 중국의 군인들을 포함한 모두가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파나마 운하를 애정을 담아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중국 견제 발언을 쏟아냈다. WSJ는 이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영향력이 남미에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최근 관세 갈등을 빚는 캐나다에 대한 조롱도 이어갔다. 그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성탄절 인사를 전한다며 “그의 국민은 너무 많은 세금을 내지만,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state)가 된다면 세금은 60% 이상 감면되고 기업들 규모도 즉시 두 배로 커질 것”이라며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군사적으로 보호받게 된다”고 했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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