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전직 간부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및 국면전환용 공안정국 조성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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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형 등을 선고받은 전 민주노총 간부들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석모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을 비롯한 전 민노총 간부들의 법률대리인은 전날(11일)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냈다. 지난 6일 선고 후 5일 만이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석씨에게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김모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에게는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양모 전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에게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각각 선고했다.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을 받던 이들은 1심 선고와 동시에 다시 구속돼 수감 중이다.
검찰은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석씨에게 징역 20년에 자격정지 20년을 김씨와 양씨 등에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각각 구형했었다.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받거나, 북한에 보고문을 보내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하고, 북한의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 및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씨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데, 이 중 신모 전 민노총 A연맹 조직부장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18일 오전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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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따르면, 석씨는 민노총 내부에 비밀조직을 만들었고 ‘지사장’으로 불렸다. 김씨는 ‘강원지사장’, 양씨는 ‘2팀장’으로 각각 불렸다. 북한 공작원과는 일종의 은어를 주고받았는데 김정은은 ‘총회장님’,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 자신들이 만든 비밀조직은 ‘지사’, 민노총은 ‘영업1부’라고 했다.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과 유튜브 동영상 댓글도 대북 연락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2018~2022년 민노총 총파업, 2022년 대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한미 연합훈련,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을 전후해 석씨에게 ‘정치투쟁으로 승화’ ‘반미·반일 투쟁 분위기 고조’ ‘반(反)보수 감정 확산’ ‘윤석열 퇴진’ 등 활동 방향을 담은 지령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며 “(석씨가 북한과 주고받은) 지령문과 보고문의 내용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인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으로 귀결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석씨가 민노총 내에서 동조자를 포섭하는 등 반국가단체(북한)의 영향력이 민노총으로 스며들 수 있게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방치할 경우 민노총 내부의 혼란뿐 아니라 국가 안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혐의에 대해 “북한을 이롭게 하고,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큰 범죄이고,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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