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카멜라 해리스 후보는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 그 결과를 인정해야만 한다"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트럼프의 대승이자 해리스의 굴욕과 같은 참패였다. 민주당은 반드시 이겨야 했던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 펜실베니아주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패퇴했으며, 네바다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등 선 벨트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공화당은 예상을 뒤엎고 상대적으로 약세가 점쳐졌던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선전을 거듭했다.
이제 미국은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트럼프의 나라가 됐다. 정치평론가들은 벌써부터 미국 우선주의의 득세를 논하고 있으며, 트럼프에 의해 세계경제, 특히 한국경제의 경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는 그가 과거 대통령 재임기간 보여준 정치 행태와 그가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들려준 정치 구호가 그 때와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아주 똑같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선 당장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문제가 첫 번째 카드로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왔다. 알려진 바로는 현재 수준에 비해 500~600%의 증액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연간 약 50~60억달러를 주한 미군 주둔 분담금으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뿐만 아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추진돼 온 첨단 반도체 및 배터리 공장 증설 및 이에 따른 세제 지원의 혜택 등도 정책 변경 및 수정에 의해 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나마 기대되는 분야는 겨우 인공지능(AI)과 양자, 바이오 분야인데, 자국의 미국산업과 비교하면 교역을 크게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때 아니게 조선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을 트럼프 선거 진영에서 얘기하고 있는 듯 한데, 이는 다분히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마다하고 돌아선 흑인 남성 및 히스페닉 계열의 블루칼라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여진다.
콘텐츠 분야, 특히 게임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사실상 안갯 속이다. 미국 보호주의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표현이 바뀐 것은 규범과 상식으로 무역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자국 이기주의를 애써 애둘러 언급한 것으로 보면 맞다. 따라서 자국의 문화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면 바로 무역 보복이나 협상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다만, 게임의 경우 미국 정서상 콘솔기기에 무게를 두고 있고, 온라인과 모바일 분야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기인 2017~2021년 사이의 세계 게임시장은 의외로 순조를 거듭, 약 8%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 주목을 끄는 인물은 이번 대선에서 흔들림없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정치자금을 쏟아 부은 일론 머스크 테스라 최고경영자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매달 4500만달러(한화 628억원)씩 총 1억8000만달러(2510억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등 흔들림없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 때문인지 트럼프 선거진영 주변에선 그에게 신설될 예정인 정부효율위원회(government effciency commision)를 맡겨 고착화된 미국 경제 개혁안을 맡기자는 얘기가 쏠쏠 들려 오고 있다. 이럴 경우 ITC(정보통신 및 콘텐츠)분야를 잘 꿰고 있는 그가 나름 수완을 발휘할 수 있게 되지 않겠냐는 기대다.
특히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임중독법 트랙 삽입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의 하나, 그런 그가 위원장을 맡게 되면 큰 파장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실예로 세계보건기구에서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데 그가 WHO의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든다면, 그래서 트럼프가 앞장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된다면 얘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계 일각에선 트럼프가 타 분야와는 달리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거의 가깝기 때문에 큰 변화는 겪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있지만, 그의 럭비공 같은 스타일이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틀지 모른다는 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게 되면 한국경제는 몸살을 앓게 된다. 무역규모나 수치상 중국이 앞서 있지만 한국의 최대 무역시장은 그래도 미국이다. 또 K-콘텐츠의 발원지는 중국 등 주변국가이지만 콘텐츠의 중심은 다름아닌 미국이다. 그곳에서 제대로 서지 못하면 K-콘텐츠는 그냥 그 수준의 콘텐츠에 머물 뿐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날이 머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치밀하고 실속있는 대미 정책 수립이 절실한 시기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에디터 inmo@tgdail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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