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와 삼성전자, LG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4억 인구 대국 인도에서 기회를 잡아라!’
인도가 우리 경제안보의 전략적 파트너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한국의 디지털·첨단 제조업 분야와 인도의 우주·IT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협력 및 투자 강화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가전업계 및 금융권까지 하루라도 빠르게 현지화 사업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태세다.
◆ 현대차가 주목하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인도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인도는 지난해 총 413만대를 팔아 중국(2193만대), 미국(1561만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지화 전략을 꾀하기 위해 내친 김에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까지 마쳤다. 든든한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해 실적을 늘리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인도 뭄바이의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인 주당 1960루피(한화 약 3만2000원)로 책정됐으며, 주식 배정 청약 마감 결과 공모 주식 수의 2.39배의 청약이 몰렸다. 공모가 기준 현대차 인도법인의 전체 공모 금액은 약 4조5000억원 규모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은 외국계 완성차 기업으로서는 2003년 ‘마루티 스즈키’ 이후 인도 증시 사상 두 번째다. 현대차 해외 자회사로는 첫 현지 상장이다.
인도 현지 생산 체제도 확고히 구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푸네공장을 인수했으며, 이 공장에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20만대 이상의 생산 체제를 갖췄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기존 첸나이공장(연산 82만4000대)을 비롯해 100만대 생산 체제를 확보하는 셈이다. 관련 투자를 지속해 2028년까지 연간 11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인도 시장 전동화 역량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내년 1월에 인도 시장 간판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인 크레타 EV를 선보이고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인도 시장 내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로 확대한다. 인도 배터리 전문 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 모델에 인도 현지 생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1996년부터 인도 시장을 공략한 이후 28년간 견고한 성장을 보여줬던 만큼 더 큰 날갯짓을 펼칠지 주목된다.
인도 삼성전자 모델들이 2024년형 Neo QLED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삼성과 LG의 새로운 돌파구 신흥 가전 시장 인도
가전업계도 인도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4억명에 이르는 인구 대국이지만 아직 주요 가전제품의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인도의 냉장고와 세탁기 보급률은 각각 38%, 17%에 그친다. 에어컨 보급률은 8%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인도 가전 시장의 규모는 2018년 110억 달러에서 내년 21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업계 ‘투톱’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시장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노이다에 스마트폰 공장과 스리페룸부두르에 가전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센터 5곳, 삼성반도체인도리서치(SSIR)도 운영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SIEL)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조9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이 회사는 가전 외 현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 22%로 1위다. 갤럭시 S시리즈 판매 호조로 매출 점유율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사진 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해 6월 인도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에 위치한 가전 생산라인과 연구개발센터 등을 방문해 사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LG전자는 1997년 인도법인(LGEIL)을 세운 후 꾸준히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법인은 LG전자의 주요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핵심 거점이다. 올 상반기 매출은 2조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시스템에어컨, 전자칠판 등 현지 B2B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B2B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하며 현지 사업을 강화할 것이란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가전구독 서비스 론칭도 준비 중이다. LG전자는 조만간 현지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와 시너지 효과 기대하는 현대제철
인도는 철강 시장의 세계 2위 국가이기도 하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에 따르면 인도의 철강 수요는 매년 평균 7%씩 증가해 2030년이면 1억9000만톤(t)에 이르게 된다. 전 세계적인 철강 불황 속에 신음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엔 ‘기회의 땅’일 수밖에 없다.
KOTR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 진출한 주요 철강 기업으로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스틸이 있다. 이 중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추가로 현지 거점을 늘리며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인도 시장 신규투자 계획을 밝히며 푸네 지역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올해 3분기 착공한다고 했다. 인근 현대차 공장에 차체 소재를 수급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으로, 내년 3분기 상업생산이 목표다. 2032년에는 23만t 규모의 물량을 처리하는 대형 SSC가 될 것으로 현대제철은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 남방 진출의 전초기지 인도
은행권도 인도를 정조준하고 성장 동력의 땅으로 삼았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인도 경제 중심지인 첸나이와 푸네 지역에 신규 지점을 연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인도에 2019년 구루구람 지점에 이어 3개 영업점을 보유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1996년부터 인도에 공을 들였다. 뭄바이와 뉴델리를 비롯해 푸네, 아메다바드, 랑가레디, 푸나말리 등 핵심 지역 6곳에서 영업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2년 첸나이를 시작으로 2017년 구르가온, 뭄바이지점을 오픈하고 최근에는 푸네지점과 아메다바드지점을 현지화 전초기지로 삼고 영업을 개시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인도 전역에 총 5개 영업망을 갖게 됐다.
하나은행은 2015년 첸나이에 지점을 개설했으며, 2019년에는 구루그람 지점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또한 최근에는 뭄바이, 벵가루루에 각각 1개씩 지점을 개설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써 한국 4대 시중은행이 인도 현지 운영하는 지점은 18곳으로 증가하게 된다.
은행권이 인도에 시선을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기인한다. 신남방정책은 2017년 문재인 정권 시절 아세안 10개국과 활발한 교류를 발전시키기 위해 탄생한 정책이다. 뿐만 아니라 첸나이와 푸네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주목 받고 있다. 첸나이는 인도 남부의 상업 및 제조업의 중심지며 푸네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뒷받침한다. 주요 국가들이 인도와 지역 안보 및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인도에 대해 “무역·투자·공급망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그간 성과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정부는 한-인도 경제통상 협력이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기존 협력의 틀을 재정비하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오현승·박재림 기자 jki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