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구하려 다시 바다 뛰어든 항해사 “모두 다시 돌아와야 한다”
지난 8일 제주 금성호 사고로 실종된 선원의 가족들이 9일 오후 5시 30분쯤 해경 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둘러본 뒤 복귀하고 있다. /강우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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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라도 먹었으면 괜찮지..”
9일 오후 제주항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 A씨는 19살 조카가 바다에 있다며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조카 분이 어쩌다 배를 타게 됐냐”는 본지 질문에 연신 담배만 피우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제주항에서 전날 침몰한 135금성호 실종자의 가족 18명이 사고 해역에서 수색 상황을 직접 목격한 뒤 돌아왔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35분쯤 500t 규모의 해경 함정을 타고 나간 뒤 약 3시간 만에 복귀했다. 금성호가 침몰한 지 36시간도 지났지만, 실종자 12명 중 구조된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함정에서 내린 뒤 구명조끼를 벗었다. 일부 가족은 힘이 부쳐 구명조끼를 제대로 벗지 못해 다른 가족들과 해경 관계자들이 탈의를 도와주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버스에 올라타 한림읍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로 향했다.
이날 오후 4시쯤 제주시 건입동 제주해양경찰서에서 만난 금성호 항해사 이모(41)씨도 “(실종된 선원들이) 다 돌아와야 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전날 한림항에서 진찰을 받은 뒤 “사고 해역 상황을 내가 잘 안다. 가서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바다로 가 구조 작업을 도운 인물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한 게 없다. 누구라도 다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 생존 선원 타우픽 히다얏 투롯(25)씨의 턱에는 구조 과정에서 배에 부딪혀 난 상처 위에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휴대전화, 여권, 현금이 모두 바다에 떠내려가 가족들과 실시간으로 연락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3년 전 “한국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주도에 온 그는 “같은 건물에서 매일 같이 밥 먹고 같이 자며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쯤 제주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129t급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했다. 어선에는 한국인 16명과 인도네시아인 11명 등 선원 27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15명은 인근 어선에 구조됐으나 이 중 2명은 숨졌다. 숨진 2명은 모두 50대 한국인이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제주=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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