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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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은 ‘이럴 거면 뭐 하러 했나’라는 반응을 자초한 자리였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무엇을 사과하는지 알 수 없었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윤 대통령 부부-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현안에도 무엇 하나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 자신의 억울함 토로와 자화자찬으로 140분을 채운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하였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하였다”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료 공백 장기화 등 국정 실패 사례와 김건희 여사 문제 및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구체적 사안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죄송하다면서도 뭘 사과하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인도 모르는 것이다.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니 일단 ‘사과는 해드릴게’라는 투다.
그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논의한 명씨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요만큼이라도 도움 주려고 노력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매정하게 하는 게 섭섭하겠다 싶어 전화를 받아준 것”이라 했다. 몇달 동안 연락을 끊었다던 이와 공천을 논의하는 게 단순한 덕담 통화라고 강변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김영선이를 좀 (공천)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자신의 육성 녹음이 공개됐는데도 “공천 관련 얘기한 기억은 없지만, 했다면 이미 정해진 얘기만 했을 것”이라 했다. 뻔뻔하다. 심지어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다’고 했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논란도 자신이 아닌 참모진 잘못으로 떠넘겼다. 부끄럽지도 않나. 리더가 이렇게 비겁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여사와 명씨와의 교류는 “한 몇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 “(내용은)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김 전 의원 공천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일상적 대화인가. 명씨는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캡처한 것이 “2천장은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제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 없는 거라 (김 여사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온 나라가 김 여사 의혹으로 떠들썩한데도, 김 여사 휴대전화 내역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메시지에 김 여사가 새벽까지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다. 또 취임 이후에도 본인과 김 여사 모두 기존 휴대전화를 사용해왔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해서” “다양한 얘기를 생생하게 봐야 해서”, “오래 쓰던 번호라 아까워서” 기존 휴대전화로 소통해왔다는 것이다. 엄중한 공적 지위를 망각하고, 기본적 공사 구분도 못 하는 윤 대통령 부부의 행태가 기가 막히는데, 오히려 이를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지 강조했다.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것 처음 봤다” “이런 (소통 잘하는) 대통령 처음 봤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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