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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트럼프 귀환] 잘나가던 TSMC, ‘안티 대만’ 트럼프 당선에도 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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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 짓고 있는 TSMC 팹들./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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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TSMC를 겨냥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며 공격적인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 역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모리스 창은 지난달 27일 TSMC 연례 체육대회에서 “(미국의 반도체 제재 등으로 인해) 최신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화는 이미 죽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미 정부의 방침에 우려를 표한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TSMC가 표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TSMC의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뉴욕 증시에서 1.3% 하락했다. 반면 자국 우선주의 노선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과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주가는 각각 7.4%, 3.3% 올랐다.

◇ 더 깐깐해진 美 정부… “TSMC, 비용·인력 모두 악재”

7일 대만 현지 매체 동향을 살펴보면 트럼프 당선인이 TSMC의 향후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매체들은 대부분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를 위해 TSMC에서 수입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미국 현지에 건설 중인 TSMC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보조금을 줄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TSMC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관련한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TSMC 공장의 설비투자 규모 기준을 더 높이거나 최첨단 공정 사용 등을 의무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TSMC 입장에서는 대만 본토에 집중돼 있는 한정된 정예 인력을 미국으로 대거 이동시켜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용과 인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TSMC에 타격이 될 수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650억달러(약 91조원)를 투자해 2~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첨단 파운드리 공장 3개를 짓고 있다. 당장 애리조나 1공장은 다음 달부터 4나노 웨이퍼를 공식 출하하기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 공장 설립 대가로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약 9조원), 대출 50억달러(약 7조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이 금액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TSMC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걸어 TSMC와 보조금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TSMC의 미국 공장에 요구하는 조건이 많아질수록 TSMC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대만 본토에서도 부족한 엔지니어 인력을 해외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있다. 가령 일본 구마모토에 설립 중인 TSMC 공장도 전문인력 부족 문제, 임금 격차 등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 ‘관세광’ 트럼프에 TSMC는 생산가격 인상 ‘반격’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관세 인상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 제품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100%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세계 최첨단 칩 공정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지난 3분기 기준 71%에 달하는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련 관세 인상의 가장 큰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인상할 경우 TSMC의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다만 이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경우 TSMC는 파운드리 제품 가격을 높이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자 우위의 지위를 활용해 엔비디아, AMD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여온 TSMC는 첨단 공정 제조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TSMC가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 제품의 가격은 웨이퍼 장당 3만달러(약 42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만 주요 언론도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더라도 TSMC는 그 비용을 팹리스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이 경우 팹리스 역시 해당 비용을 칩 판매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인 서버업체, IT·전자기기 제조사까지 판매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의 연쇄반응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관세 인상이 IT 시장 전반에 걸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오히려 트럼프에게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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