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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선박 건조 2·3위 韓·日, 조선업 부흥 나선 美 잡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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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 쇠락한 조선업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에 조선·해양방산 협력을 요청한 데 이어 미 의회에서는 최근 미국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한 법안이 발의됐다. 조선업계에선 미국 선박 건조 발주와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격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 상·하원 공화당 의원 2명(토드 영·트렌트 켈리)과 민주당 의원 2명(마크 켈리·존 가라멘디)이 지난 19일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인프라 법안(SHIPS for America Act·Shipbuilding and Harbor Infrastructure for Prosperity and Security for America Act of 2024)’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중국 해양 패권에 맞서 미국 조선업 기반을 재건하고 해양산업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회 회기 종료로 법안 자동 폐기가 유력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업 부활 의지가 큰 만큼 공화당이 주도하는 다음 회기에서 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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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한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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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따르면, 현재 국제 무역에 쓰이는 미국 선박은 약 80척으로 중국 보유 상선(5500척)의 1.5% 수준이다. 법안은 국제 무역용 미국 상선 250척을 조성하는 ‘전략 상선단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미국에서 건조한 미국 국적 민간용 상선이 원칙이지만, 외국 건조 선박도 미국 건조 선박으로 교체할 수 있기 전까지 임시 선박(interim vessel)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이 마련되면 미국의 동맹국 중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 2·3위인 한·일 조선사가 미국 상선 건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 조선소의 상선 수주잔고가 30척 미만이고 연간 건조능력이 미미한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동맹국이나 파트너국에 상당 물량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외국 건조 선박이 ‘임시 선박’으로 전략 상선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한을 2029년으로 정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3~4년간 한·일 조선사가 미국 상선 수주를 위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미국 선박 MRO 사업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선박이 동맹국의 해외 조선소에서 수리할 경우 비용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법안은 당국 분류에 따라 등록된 선박이 먼저 미국 내에서 수리하려는 선의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외국 조선소에서 정비해도 세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조선소가 미국 선박을 수리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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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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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박 MRO 사업 역시 한·일 간 쟁탈전이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8월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월리쉬라함)의 MRO 사업을 따냈다. 앞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을 둘러본 후 한화오션이 낙점됐다. 한화오션은 11월에도 미 해군 급유함(유콘함)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거제조선소에서 정비 후 내년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 7함대가 일본 기지에서 해오던 함정 MRO 작업을 모두 한국에 맡겼다는 것은 판도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현지 MRO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한화오션과 계열사 한화시스템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는 연안 운송용 상선 건조와 미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작업을 해왔다. HD한국조선해양도 미국 현지 조선소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100억호주달러(약 10조원) 규모 호주 해군 호위함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을 제치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함께 최종 후보 두 곳으로 선정됐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방위성 등 정부 부처와 함께 최종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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