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 시대]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을 구하고 위대하게 회복하게 하기 위해서!” 6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플로리다주(州) 웨스트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이날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7개 경합주에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며 사실상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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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까지 특별한 정치나 공직 경험이라곤 없던 남자가 두 번째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47대 미국 대선에서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 얘기다. 그는 이로써 취임식 기준으로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를 몇 달 앞서는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자 두 번째로 징검다리(연임이 아닌)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막말과 성 추문으로 끊임없는 물의를 빚어왔고 미 역사상 두 번 탄핵 소추된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지닌 ‘문제아’지만, 2024년 미국의 표심은 또다시 트럼프를 택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본래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젊은 시절 그는 부동산부터 식품,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거느리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인기 TV 쇼에도 출연해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정계에선 반면 비주류에 가까웠다. 각종 범죄 혐의와 스캔들로 엘리트 정치판에서는 끊임없는 눈총을 받았지만, 쉽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2020년엔 바이든에게 패했지만, 트럼프는 6일 세 번째 대선 출마 끝에 대통령 재선에 성공했다.
그래픽=김현국 |
1946년 뉴욕 퀸스에서 태어난 트럼프는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성공한 아버지 밑에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교사에게 주먹을 날려 얼굴을 멍들게 할 정도로 사고뭉치였다. 트럼프의 아버지는 이런 그를 바로잡기 위해 규율이 센 뉴욕군사학교에 보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엔 아버지 사업에 본격 합류했다. 1971년엔 회사를 물려받아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으로 사명(社名)을 바꾸고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호텔과 카지노, 골프장을 인수·설립하고 1983년에는 뉴욕 맨해튼 중심에 자신의 이름을 딴 ‘트럼프 타워’를 세웠다.
트럼프는 이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1996년 세계 최고의 미녀를 뽑는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사들여 미인 대회를 열었고, 2004년부터는 NBC방송의 인기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 출연했다. 2021년엔 자신이 직접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란 이름의 소셜미디어를 만들었다. 지난 3월엔 이를 운영하는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을 상장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6일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부인 멜라니아에게 키스하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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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대권을 향한 야망을 처음 드러낸 것은 1988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내가 대권에 도전하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2016년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역사상 최다 득표로 대통령 후보에 선출됐다. 2016년 11월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어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선거 전날까지도 미 언론과 조사 기관 대부분은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그는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그는 줄곧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임기 중인 2019년과 2021년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등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모두 상원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미국 역사상 두 번 탄핵 소추된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2020년 대선에서 현재 대통령인 조 바이든에게 패배했을 땐 불복 연설을 해 흥분한 극렬 지지자들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는 현재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상태다. 지난 5월엔 성 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7월 13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총격사건 뒤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가면서도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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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스캔들 메이커였음에도 그는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 7월 버틀러에선 유세 도중 피격을 당했다. 당시 총알은 트럼프의 오른쪽 귀를 뚫고 지나갔으나 그는 금세 피 흘리는 얼굴로 일어나 주먹을 쥐고 “싸우자”라고 외쳐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족벌주의(nepotism)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가족들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맡겨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세 번의 결혼에 다섯 자녀를 뒀다. 현재의 아내는 2005년 결혼한 슬로베니아 모델 출신의 멜라니아다.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선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 차남 에릭, 두 번째 아내와는 차녀 티파니를 뒀다. 멜라니아는 늦둥이 아들 배런을 낳았다.
2024년 11월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선거캠페인 전야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배런 트럼프 등 가족과 부통령 후보 J.D 밴스 부부가 트럼프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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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그룹의 수석부회장이자 2016년 대선 이후로 줄곧 트럼프의 정치 활동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J 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것도 장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 역시 트럼프그룹의 부사장이며, 각종 선거 캠페인과 모금 활동에 참여해 왔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약혼한 예비 며느리 킴벌리 길포일은 폭스뉴스 앵커 출신이다. 2020년 대선에선 트럼프 선거 캠프의 모금 책임자이자 법률 고문을 맡았다. 에릭 트럼프와 2014년 결혼한 라라 트럼프는 CBS 프로듀서 출신으로 공화당 전국 대회의 공동 의장이다.
장녀 이방카는 2016·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주요 캠페인 광고 인물로 활약했고, 트럼프 정부에선 ‘퍼스트 도터’로서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백악관 상임고문을 맡았다. 올해 대선 유세장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으나, 아버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만큼 이방카 역시 조만간 정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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