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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노믹스에 중국은 초비상…관세전쟁 예고에 경제성장률 곤두박질 칠 수도 [다시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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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트럼프노믹스 2.0’
고율 관세·감세·反이민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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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 쥐어보이는 트럼프 [AP = 연합뉴스]


‘트럼프노믹스’가 돌아왔다. 고율 관세와 감세, 반이민을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불러올 경제 영향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신념으로 무장한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경제 문제에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활용할 태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에는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기업의 매출 증가와 미국 제조업 회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시카고 연설에서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으로 인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에 대한 관세 60%와 보편 관세 20%를 합치면 평균 가계 비용이 연간 최대 2600달러(약 360만원)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리서치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팩티브의 줄리아 코로나도 창립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임기 때 무역 전쟁을 벌인 이후 글로벌 제조 사이클은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은 “우리가 가진 장점은 여러 나라들이 잘 협력하는 블록의 일원이라는 점”이라며 “그 모든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하면 협력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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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2기에는 관세가 협상 도구를 넘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그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다른 나라가 보복에 나서면 세계 무역 장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서로 너무 얽혀서 이것을 떼어내려고 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를 19세기 후반처럼 고립시킬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증시에도 악재다.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 때 미국이나 중국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한 11일 가운데 9일간 주가가 하락했다. UBS는 10% 보편 관세가 주식시장을 10%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컴패스의 설립자 오렌 캐스는 WSJ에 “트럼프의 새 임기에는 20세기 후반의 세계 무역 시스템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최종 목표는 세계 무역 기구가 발효된 1995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재균형”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 전략을 세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관세의 목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없애는 것이라고 한 발언과 함께 고관세율이 영원히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유럽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무역전쟁에 일찌감치 대비했다. 유럽연합(EU)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주도로 ‘신속 대응 태스크포스’를 설립하고 미국 대선 이후 대응 전략을 준비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EU는 지난 2018년 트럼프가 모든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모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을 당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EU의 한 고위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우리는 빠르게 반격하고, 강하게 맞받아칠 것”이라며 “유럽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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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무엇보다 중국은 비상이다.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실물 경제 지표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6%를 기록했다. 지금의 중국 현실은 더 어둡다. 경제성장률이 5%대로 내려앉은 중국은 부동산 붕괴와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친 상태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대중 관세 60%가 시행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2.5%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에 목매는 이유는 감세와 관련이 있다. 그의 첫 번째 임기 당시 도입된 각종 감세 조치가 2025년 만료되는데, 이것을 영구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감세 정책은 급증하는 미국 정부의 재정 부채 부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는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현행 21%인 법인세율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근로자를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도 추진할 전망이다.

유세 과정에서 그는 팁(Tip) 세금 면제를 언급하면서 “내가 집권하던 시절 최대 규모의 감세”라고 밝혔다. 줄어든 세수는 관세를 높여 충당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영리 기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7조5000억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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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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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2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지난달 WSJ과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와 협력해 “연방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재집권하면 연방정부의 재정에 대한 과감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머스크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폴슨은 구체적인 지출 삭감 방안과 관련해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녹색 에너지 보조금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폴슨앤컴퍼니’ 창립자인 폴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10년 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트럼프노믹스 2.0’의 마지막 정점은 반이민 정책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민주당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만큼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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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로 넘어가려 기다리는 불법 이민자들 [EPA = 연합뉴스]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체류 이민자 대규모 추방에 협조하지 않는 지역에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정책이 예상된다. 이 전략을 통해 ‘블루 스테이트’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강세 지역에 불법 이민자 추방을 압박하겠다고 트럼프 캠프에 가까운 소식통들이 NBC에 전했다. 아울러 불법 이민자 추방에 동참하는 지역에는 추가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을 지낸 론 비티엘로는 NBC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며 “또한 이를 준수하지 않으려는 이들에게는 영향력을 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인 관세와 감세, 반이민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CBS는 월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전했다. CBS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가 결국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면서 “법인세 인하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민자 추방에 따른 저임금 노동력 공급 감소로 인한 임금 인상이 또 다른 가격 압력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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