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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만물상] 게임 같은 드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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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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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의 국립건축박물관에 미국, 영국,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졌다. 세 나라 각 군(軍)의 대표 게이머들이 전쟁 게임 ‘콜오브듀티’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열린 것이다. 역대 다섯 번째로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미 육군의 e스포츠팀이 우승을, 영국 공군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0~2021년 이 대회를 연패(連覇)한 미 우주군은 우승을 축하하는 뜻에서 트로피를 우주로 발사했다.

▶2018년 미 육군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 신병을 모집하기 위해 게임 전문인 e스포츠팀을 만든 후 해군, 공군, 우주군, 해병대, 해양경비대도 모두 팀을 창설했다. 올 초에는 영국 육군도 전술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활용한 모병용 영상을 만들었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마크 레이시 부교수는 이에 대해 “군이 어떤 새 기술을 찾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이 이용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군사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기 위한 보드게임은 고대부터 있었다. 로마군은 모래판 위의 미니어처 군대를 움직여 전쟁을 계획했다. 바둑이나 체스도 그 일종이다. 최초의 컴퓨터 전쟁 게임은 미 존스홉킨스대에 설치된 육군작전연구실이 1948년 개발한 ‘방공 시뮬레이션’이었다고 한다. 미군은 풀스펙트럼워리어,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을 실제 훈련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8년까지 훈련용 게임과 시뮬레이션 개발에 26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란다.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드론은 전쟁을 더욱 게임처럼 만들고 있다. 드론 조종사는 드론에서 전송된 장면이 보이는 스크린 앞에 앉아 먼 곳의 적을 추적하고 제거한다. 상대의 피를 볼 일이 거의 없다. 인간 조종사가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적의 선별, 추적, 타격까지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

▶‘괴짜 게이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치명적인 드론 조종사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드론 조종에는 빠른 판단과 눈과 손의 기민한 협응이 필요한데, 이런 능력은 실제 전투보다 컴퓨터 게임과 더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제거한 29세의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사 올렉산드르 다크노는 어린 시절 너무 열심히 게임을 해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곤 했다. 게임 강국인 한국에 이런 드론 조종사 유망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을지도 모르겠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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