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목소리 일원화·가계부채 대처 긍정 평가
전문가 “자신만의 뚜렷한 미션·색깔 정립해야”
업계 “규제만 말고 발전·성장 지원안 관심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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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합격권’ 안에 들었다고 평가한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당면한 과제를 큰 혼란없이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이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금융감독원과의 긴밀한 협의가 잘 이뤄지는지, 김 위원장만의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 등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분간 시장 상황에 따라 ‘관리·감독’과 ‘규제’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청이 나온다.
4일 본지가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를 취재한 결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가계대출 상황을 봤을 때 정책적으로 총량을 조절하는 현재 기조를 유지하는 게 맞다”며 “잘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리가 여전히 높아 빚 부담이 커진 상황이 소비·투자 위축으로 연결되진 않을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면서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고 봤다.
금융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금융당국의 목소리를 일원화한 것에 대해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내는 스타일이라 생각보다 이복현 금감원장과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 역시 “금감원과 업무 협조가 더 잘 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앞서 9월 초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한 달이 되기 전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 자리를 마련해 가계부채에 관한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제시하며 금감원과 메시지 조율에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금융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금융위는 금감원에 검사와 감독을 위탁하지만, 제재심의 권한은 금융위에 있기에 이런 구조를 잘 활용해 금감원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면서 “금융위의 경우, 정책을 다루는 특성상 시장 상황을 잘 모를 수 있어 금융사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존재감을 지금보다 더 키워 금융정책의 컨트롤타워는 금융위, 금융위원장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위원장이 부채 문제와 금융산업의 체질 개선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내년에는 부채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올해는 가계부채 문제가 두드러졌지만, 내년에는 기업부채, 정부부채까지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금융위원장은 당장 눈앞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을 잘 살피고 영업행태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현실을 잘 정비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업권을 부정적으로 보며 규제만 하기보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겨 달라”며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 시행, 빅테크와의 협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는 등 혁신을 위한 ‘판’을 제대로 깔아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등 굵직한 이슈로 인해 보험업계는 금융위와의 소통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보험개혁회의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민간 주도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업계의 의견을 잘 청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2금융권 관계자들은 당국의 지나친 압박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상호금융업권 관계자는 “업권 전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호흡이 지금보다 더 길었으면 좋겠다”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부의 시그널이 너무 강할 경우 그에 발을 맞춰가야 하는 업권 입장에서는 힘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규제보다 업권 상황이 개선될 수 있게 ‘당근책’을 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금융기관이 서민의 생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부업의 영업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금융위에서) 제시한 내용이 없다”며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에 대해 더 면밀하게 살펴주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이투데이/유하영 기자 (hah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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