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제정책방향 살펴보니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 등
정국 불안에 검증된 부양책 활용
공공분양 10만가구도 공급 계획
감세 위주 정책 효과 제한적 분석
전문가 “트럼프 2기 등 대외 불안
충격 상쇄 적극적 재정확대 필요”
정부가 내놓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은 하락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금융·재정 지원책들을 담고 있다. 심각한 내수 상황을 끌어올리기 위해 당장 가능한 대책과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은 총동원됐다. 특히 정치권 상황에 따라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경제정책방향 자체를 새로 짜야 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기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부양책들이 주를 이뤘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정책으로는 경기를 끌어올릴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감액예산안이 편성된 만큼 조기 추경을 통해 소비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누리상품권 역대 최대 규모 발행 설 연휴를 한 달여 앞둔 2일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할인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는 이날 ‘2025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온누리상품권을 연간 역대 최대 규모인 5조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할인율과 사용처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의 매출 기반 확대를 위해 설 연휴 한시적으로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하고, 디지털 결제액의 15% 환급행사도 할 계획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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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
2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자동차·전기차·가전 구매 시 각종 지원을 해주는 ‘내구재 소비촉진 3종 세트’는 대표적인 내수 살리기 대책이다. 우선 정부는 올 상반기 한시적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할 방침이다. 1월3일∼6월30일 출고분이 대상이다. 예를 들어 개소세 과세 전 기준으로 4000만원 상당의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구매할 경우 개소·교육·부가세 등을 합해 7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후차를 바꿀 때도 개소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의 경우에는 보조금 지급 기준을 신속하게 시행한다. 또 자동차 제조사나 딜러사가 제공하는 기업 할인 시에는 보조금 추가 지급 정책을 6월까지 한시 적용한다.
가전 분야에서는 취약 계층의 구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효율 가전 구매 시 환급 지원율을 높인다. 장애인·독립유공자·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환급지원율을 20%에서 30%로 올리고, 다자녀·출산가구·대가족 등 대상자는 환급지원율을 현행 10%에서 15%로 상향한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소비촉진 세제 지원이 시행된다. 올해 상반기 소비액이 작년보다 5% 이상 많을 경우 더 쓴 금액에 대해서는 20% 추가 소득공제를 추진한다. 한도는 100만원이다.
관광분야에 대한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국내 관광 촉진을 위해 최대 3만원을 지원하는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을 새로 배포한다. 또 내국인 도시민박을 제도화하고 농어촌 민박 운영은 면적 제한 폐지, 음식 제공 허용 등 요건을 완화한다. ‘코리아그랜드세일’과 ‘동행축제’,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등 대대적인 방한관광과 소비 행사를 릴레이로 개최한다.
주택공급도 확대한다. 정부는 우선 올해 공공 분양 주택인 뉴홈 1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 주택과 공공 지원 민간 임대 주택은 13만8000가구를 착공한다. 상반기 중 노후한 공공 임대 158개 단지에 대한 재정비·리모델링 로드맵을 수립하고, 30년 이상 된 영구 임대에 대해서는 재정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당초 올해 5월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배제는 1년 더 연장해 내년 5월까지 적용한다. 이는 조정 대상 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하는 다주택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도세부담을 덜어 주택 거래를 촉진하려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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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효과 ‘물음표’
정부가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올해 내수 회복이나 수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실제 이날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소비 진작책에는 감세 정책이 많은데,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처분소득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보강을 위해 마련된 재원(총 18조원) 중 정책금융이 12조원(66.7%)에 달하는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소상공인 매출기반 확대 정책으로 역대 최대 규모(5조5000억원)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방안도 할인율 상향이 설 성수기(1월10일~2월10일)에만 적용되고, 지류형은 할인율 상향 대상에서 빠져 효과가 미지수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는 수출 감소와 내수기반 침식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대외경제여건의 약화와 탄핵정국으로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하지만 여전히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양책은 정책금융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국면을 맞은 만큼 정부 추경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외 여건도 추경 편성 필요성을 높인다. 관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미국 내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고금리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무역흑자 축소와 함께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상승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 입장에서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이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이유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교훈 및 2기 행정부에 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외 충격을 상쇄할 적극적인 재정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이 개선되면 내수가 좋아진다는 기존 예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기존의 틀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수 살리기에) 충분할지 모르겠다. 야당과 협의해 추경 편성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이희경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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