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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치매 정복의 열쇠, 단일항체에서 이중항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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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비, 이중항체 개발사 인수
단일항체 치매약 개발은 중단
에이비엘바이오도 플랫폼 확장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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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가 알츠하이머병 등 뇌신경질환 치료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전달하는 방법)로 떠오르고 있다. 단일항체 기반의 약물에 매달리던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부분 이중항체 개발로 돌아섰다. 국내 바이오기업도 글로벌 선두경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는 최근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알리아다 테라퓨틱스를 14억달러(1조9000억원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인 'ALIA-1758'을 확보했다.

ALIA-1758은 알리아다의 독자적인 전달체 기술이 접목된 이중항체 기반의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을 제거하는 항체에 유전자조작을 통해 뇌 내피세포 표면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물질(트랜스페린 수용체)과 결합하는 항체절편(svFV)을 부착한 구조다.

이 약물은 트랜스페린 수용체를 통해 외부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원리로 질병을 치료한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또다른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는 이중항체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후보물질인 '트론티네맙'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ALIA-1758과 같이 뇌 내피세표 표면에 있는 트렌스페린 수용체와 결합해 BBB를 통과한 후 뇌 안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신경 질환은 아직까지 치료대안이 제한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약물이 BBB로 인해 뇌 속으로 충분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브비와 로슈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목한 전달기술은 'BBB 셔틀' 또는 '브레인셔틀'이라고 불린다.

실제 브레인셔틀 기술을 접목한 약물은 임상에서 효과적인 BBB 투과 효능을 나타냈다.

로슈는 트론티네맙의 임상 1상 시험에서 고용량 투여 환자 4명 중 3명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그(침착물)가 완전히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아밀로이드 베타에만 결합하는 단일항체 치료제('간테네루맙')과 비교해 40~50배 강한 효과라고 로슈는 설명했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한 애브비와 로슈는 기존 단일항체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후보물질의 개발을 중단하고 브레인셔틀 기술이 접목된 이중항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로슈는 이달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또 다른 단백질(타우)을 억제하는 단일항체 치료후보물질인 '베프라네맙'의 권리를 원개발사에 반환했다. 지난 1월에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각각 타깃으로 하는 후보물질을 반환했다. 애브비도 지난 7월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단일항체 후보물질인 'ABBV-916'의 개발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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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뇌혈관장벽(BBB)를 투과하는 독자 전달체 기술인 '그랩바디-B' 플랫폼을 활용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사진=에이비엘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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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기반의 브레인셔틀 기술(그랩바디-B)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한 파킨슨병 후보물질인 'ABL301'을 지난 2022년 사노피에 총 계약금 10억6000만달러(1조4000억원)에 이전하기도 했다.

애브비나 로슈와 달리 에이비엘바이오는 뇌 내피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트렌스페린 수용체가 아닌 IGF1R이라는 수용체를 통해 약물을 BBB 안으로 전달한다. 현재 IGF1R을 매개로 한 브레인셔틀 약물 중 임상단계에 있는 것은 ABL301이 유일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외에도 그랩바디-B를 접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후보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허가를 받은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단일항체 치료제인 '레켐비'에 그랩바디-B 기술을 적용한 결과, 더욱 효과적인 뇌 전달률을 확인하기도 했다.

사노피도 지난 3월 유럽에서 열린 국제학회에서 ABL301의 비임상 시험결과를 직접 소개하는 등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물질에 지속적인 개발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약물의 제조기술을 도입했는데 ABL301의 임상 2상 시험을 단독으로 진행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분석된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단일항체 기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승인 전후로 불충분한 효능과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동일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일항체 기반 치료제의 임상 중단 이후, 단일항체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로 BBB 셔틀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GF1R 기반 BBB 셔틀을 기반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ABL301이 유일하다"며 "사노피가 임상 1상이 종료되기도 전 2상 진입을 시도한다는 건 IGF1R 기반 BBB 셔틀의 검증이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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