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빵집/정연숙 글·릴리아 그림/40쪽·1만6000원·논장
바닷가 마을에 생긴 너구리 아저씨네 빵집. 먹음직스러운 사과케이크와 빵, 과일잼으로 가득하다. 빵집 이름도 참 예쁘다. ‘다정한 빵집.’ 병아리 손님들이 엄마와 들렀는데 개구리 손님의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너무 시끄러워요!’ 다음 날 못 보던 간판이 생긴다.
‘병아리 출입 금지.’
이번엔 꼬마 펭귄들이 아빠와 빵집을 찾았는데, 고양이 손님에게 항의가 들어온다. ‘솜털이 날리잖아요!’ 다음 날 또 다른 표지판이 생긴다. ‘꼬마 펭귄 출입 금지.’
꼬마 동물 손님들이 가게에 올 때마다 이런 식의 항의가 들어오고 종국엔 카페 앞에 ‘출입 금지’ 팻말이 죽 이어진다. 병아리, 꼬마 펭귄, 꼬마 캥거루, 꼬마 코끼리 다 출입 금지. 표지판을 본 아이들은 울상이 된다. ‘하나도 안 다정한 빵집이네….’
하지만 며칠 후 너구리 아저씨가 수레 가득 싣고 가던 사과를 쏟았을 때 그를 돕기 위해 달려온 건 유치원 차를 기다리던 꼬마 친구들이다. 너구리는 출입 금지 표지판을 모두 치우고, 가게 이름을 바꾼다. ‘더 다정한 빵집.’ 어른들에게는 노키즈존의 배제와 차별을, 아이들에겐 공공장소에서 지키는 예절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러주는 책.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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