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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특파원 리포트] 뉴욕의 극한직업, 北韓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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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0월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김성훈 참사관이 발언권을 얻어 북한대표부 발언에 반박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북한 외무성 소속 림무성 국장.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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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에서 북한이 외교 공관을 갖고 있는 지역은 뉴욕이 유일하다. 북한은 1991년 한국과 별개로 유엔에 가입해 자체적으로 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김성 대사를 비롯해 총 11명의 외교관들이 뉴욕에 나와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은 유엔 본부에서 걸어서 5분 남짓이다. 한국 대표부와 한 블록 차이다. 한국에서는 군사분계선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지만, 뉴욕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서로 코앞까지 갈 수 있다. 가끔 반북 단체들이 북한 대표부가 입주한 건물 앞에서 시위도 한다.

북한 외교관들은 많은 면에서 유엔의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다르다. 각국 외교관들은 대부분 자기 사정에 맞게 살 집을 구하고,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뉴욕에 있는 다양한 음식을 시도해본다. 북한 외교관들은 맨해튼과 퀸즈 사이에 있는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모여 산다. 출근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보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한다. 뉴욕의 높은 교통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목적도 있지만, 딴생각하지 못하게 서로를 감시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식사도 대부분 건물 안에서 함께 모여 해결한다.

그들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외톨이 신세다. 올해 초엔 영원한 친구인 것만 같았던 같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도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다자외교의 큰 무대인 유엔에서 북한은 유령과 같다. 가령 유엔 총회 소위원회가 열려도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결의안 문안 협의에도 빠진다. 가끔 회의장에 나와 한마디씩 하거나, 국제사회의 비판에 답변권을 행사하는 게 전부다. 그것도 북핵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로 둘러대는 궤변 일색이다. 그나마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병력이 필요한 러시아가 가끔씩 말동무가 되어 주기는 한다.

이런 북한 대표부가 최근 열린 유엔 회의에서 한국의 발언에 허를 찔렸다. 한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병사들은 이미 북한에서 잊혀지고 버림받았다”고 면전에 얘기하자, 북한 외교관은 “북한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엉뚱하게 반박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오죽 당황했으면 그런 이상한 반응을 보였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다음 회의에서 북한 외교관은 발언을 하며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말을 마친 뒤 마이크를 휙 꺾어버리기도 했다.

외신에서는 최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북한군과 교전했고, 북한군 대부분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엔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들도 이 소식을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유엔 무대에서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논리를 늘어놓아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1960년대 한국처럼 좁은 공간에 뒤엉켜서 살아야 하는 그들. 매일 출퇴근하며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를 맛볼 꿈도 꾸지 못하는 북한 외교관들은 국가에서 버림받고 러시아에서 희생당하는 병사들의 소식을 들으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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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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