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수수료 내세워 ‘공룡’ 민간앱 대안으로 한때 주목받아
서울·경기선 점유율 1∼2%…경북도 “성과 낮다” 내년 종료
할인쿠폰 등 공격적 마케팅 펼친 ‘대구로’ 점유율 10% ‘선전’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배달앱이 낮은 인지도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3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서 배달노동자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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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수료율을 둘러싼 배달플랫폼과 소상공인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낮은 중개수수료로 한때 주목받았던 전국의 공공배달앱들도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인지도, 민간 대비 소극적인 소비자 혜택 등이 원인인데, ‘세금 먹는 하마’와 ‘소상공인의 마지막 보루’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일각에서는 난립한 지자체별 지원사업을 통합,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앱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도는 공공배달앱 ‘먹깨비’ 지원사업을 내년부터 종료하기로 했다.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먹깨비는 수수료율 1.5%로 신한은행 ‘땡겨요’(2%), 경기도 ‘배달특급’(1%)과 함께 대표적인 공공배달앱으로 꼽힌다.
먹깨비는 첫해 68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이후 2022년 262억원, 지난해 30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성장해왔다. 지난 8월 기준 누적 주문 건수는 345만건, 매출액은 838억원이다.
경북도는 할인쿠폰 지원 등으로 총 74억원을 투입했지만 시군별 이용 편차가 심하고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먹깨비 측은 “배달의민족이 한 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3000억원을 쓴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홍보비용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도 땡겨요·먹깨비 등 민간배달앱과 제휴를 맺고 ‘서울배달플러스(+)’라는 공공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배달+’의 올 9월 말 점유율(안드로이드 OS 기준)은 2.74%로 전국 공공배달앱 평균 점유율(3.87%)보다 낮다. 민간앱과 경쟁하며 꾸준한 성과를 거두는 공공앱도 없지는 않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로’는 공공배달앱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인구 237만 도시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서울배달+’나 경기도 ‘배달특급’ 등이 1~2%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대구로는 가입자 수가 17만명에서 54만여명으로 늘었다.
가맹점도 같은 기간 9000곳에서 1만8000곳으로 증가했다. 대구 음식점(약 4만5000곳)의 40%가 대구로에 입점한 셈이다. 지난해 매출은 570억원에 달한다.
대구로의 성공은 공격적 마케팅에 있었다. 대구시는 대구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2개월 동안 홍보·할인쿠폰 지원비로 12억원을 쏟아부었다. 당시 대부분 음식을 배민보다 2000~3000원 싸게 살 수 있게 되면서 대구로 가입자 수가 급속하게 늘었다.
광주지역 경제단체들은 “배민이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용 등을 전가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가맹을 탈퇴하는 ‘배민독립’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시는 공공배달앱에 할인쿠폰 등을 지원하며 배민독립을 지지하고 있는데, 광주형 공공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17%까지 올랐다. 이 앱의 누적 매출액은 369억원이다.
이선영 상생일자리재단 디지털전환실장은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배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앱 사용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며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배달앱 확산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는 홍보·마케팅 부족이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2년 3분기 외식산업인사이트 리포트’를 보면 점주들은 공공배달앱 사용 시 애로사항으로 ‘낮은 인지도’(42.5%)를 가장 먼저 꼽았다. 소비자가 앱을 찾지 않다 보니 점주들도 앱 입점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가격 이점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도 문제다. 민간사업자들은 수시로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지만, 지자체는 자본력이 필요한 할인행사를 지속하기 어려워 낮은 수수료율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수료 논란으로 업체·소상공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공공앱이 대안으로 환영받지 못하면서, 지자체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공공배달앱 성장이 더디다고 지원을 끊는 것은 공룡기업의 횡포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형평성 문제도 공익적인 정책목표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배달앱 활성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배달하지 않는 자영업자는 혜택에서 배제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민정 계명대 경제금융학과(소비자학 전공) 교수는 “공공배달앱 운영기업이 다른 기업에 지분을 넘기거나 지자체장이 바뀌는 경우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시장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수료를 떨어트려야 한다”고 말했다.
흩어져 있는 배달앱을 통합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처장은 “배민의 현재 시스템을 따라가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규모의 배달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송진식·김태희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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