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환경미화원 조끼를 입고 쓰레기 수거 차량에 오른 채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그린베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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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이 펼쳐지는 미국 대선에서 ‘쓰레기’ 한마디에 양쪽 캠프가 울고 웃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나온 ‘쓰레기’ 발언에 반색했으나 이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바람에 곤란해졌다.
트럼프는 30일 저녁(현지시각) 경합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형광색 환경미화원 조끼를 입고 전용기에서 내렸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쓰레기 수거 차량에 올라탄 그는 기자들에게 “내 쓰레기 트럭 어떠냐”며 “이건 카멀라와 바이든을 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진짜 쓰레기인지를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유세 무대에서도 조끼를 걸친 채로 “미국인 2억5천만명이 쓰레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얼리티쇼의 달인’ 트럼프의 순발력 있는 퍼포먼스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2차 쓰레기 발언 파동’을 역공에 사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트럼프의 뉴욕 유세 때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미국의 카리브해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부른 것을 비판하던 중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들”이라는 실언을 했다.
힌치클리프의 ‘1차 쓰레기 발언 파동’은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평을 듣는 해리스 캠프에는 단비 같은 것이었다. 절대 내줘서는 안 되는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만 푸에르토리코계가 45만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해리스 캠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계를 트럼프가 상당히 잠식한 위기 상황에서 곧장 “쓰레기 섬” 발언을 소재로 선거 광고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바이든의 실언으로 해리스 캠프는 허망한 상황이 됐다. 트럼프는 3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는 “조 바이든은 마침내 자신과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서 한 아이를 보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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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소셜미디어로 “내가 언급한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유세에서 내뱉은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혐오 발언”이라고 해명했고, 백악관도 이틀째 같은 해명을 내놨다. 백악관은 또 문제의 발언을 담은 온라인 브리핑 대화록에 소유격을 나타내는 아포스트로피(’)를 넣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가 트럼프의 “supporters”가 아니라 “supporter’s”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즉 트럼프 지지자들을 직접 가리킨 게 아니라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라는 지지자들의 혐오 발언을 비판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는 논란에 관해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며 “난 누구한테 투표했는지를 따져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캠프 안팎에서는 전부터도 바이든 대통령이 자산이 아니라 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40% 안팎에 불과한 업무 수행 지지도가 선거 전망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유세를 꺼린다는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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